* 따뜻한 방바닥과 달달한 커피의 유혹
빈틈으로 찬바람이 들어올쎄라 목도리, 장갑, 모자, 마스크로 온몸을 꽁꽁 에워싼다. 아직 혹한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이다. 종종 걸음으로 방문한 어르신댁 초인종을 바삐 누른다. 인삿말과 함께 얼른 태그를 찍고 어르신 방안으로 후다닥 들어간다. 방바닥이 따뜻하다. 온몸이 사르르 녹는다.
추운데 어떻게 왔는지부터, 고생이 많다 등등의 미안함과 고마움이 담긴 말씀들이 쏟아진다. 괜찮아요, 어르신 뵈러 왔죠, 어르신께서는 추운데 어떻게 지내세요 등등의 안부의 인사말들을 되돌려 드린다.
요양사님은 벌써 뭔가를 들고 오신다. 코끝에서 이미 향을 맛본다. 믹스커피다. 건강을 위해 끊든지 줄인든지 해야지 수백번을 다짐해도 또 무너진다. 따뜻한 방바닥에 앉아 홀짝이는 이 달달한 유혹은 뿌리칠 수가 없다. 추위를 뚫고 무사히 도착한 자신을 위한 선물이듯 좋아한다. 어느새 찬기운은 달아나고, 한달 동안 쌓아두었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풀어내고 그리고 주워담는다. 겨울 방문의 소소한 행복이다.
대개의 어르신댁은 참 따뜻하다. 하지만 현실은 마냥 해피엔딩이 아니다. 담배연기에 찌들린 벽지, 곳곳에 묻은 오물들, 숨이 막히는 냄새, 불시에 출현하는 바퀴벌레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에워싼 아픔과 슬픔, 가난과 소외, 무기력과 우울감, 포기와 절망 ... 곳곳에 흩어져 있는 새드엔딩의 징조들이 눈앞에 보인다.
무거워진 발걸음을 옮기며 사회복지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언가 생각한다. 요양사님을 연계해드리며 그런 슬픈 징조들을 하나씩 제거한다. 오물들이 치워지고, 찌든 냄새가 옅어진다. 우울감에 햇빛이 들어오고 어르신들의 얼굴에 조금씩 웃음이 찾아든다. 포기와 절망이 희망, 아니 거기까지 아니라도 괜찮다. 자그마치의 의욕이나 활력이 깃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래서 따스해진 어르신댁 방바닥에서 달달한 커피를 함께 마실 수 있게 되면 좋겠다. 한 사람 한사람 개개인의 역량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들이 많다. 현실적인 한계에 매번 부딪히지만 그래도 직진해야하지 않겠는가 싶다.
한해를 마무리하며, 꽁꽁 얼어붙은 마음이 녹아내리듯 내년에는 모든 어르신댁에서 따스함을 맛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동화같은 엔딩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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