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도앱, 길찾기~방문요양의 필수 아이템!
복지사 초짜시절, 어르신댁 찾으며 하마터면 울 뻔 한적이 있었다.
지금도 기억난다. 뭔가 엄청 복잡했던 광명사거리. 거기에서 버스타고 어딘가로 가서 한번 더 갈아타야 하는 곳에 어르신댁이 있었다. 광명은 처음이라 서울에서 떠나기 전부터 살짝 긴장했었다. 지하철로 이미 한시간 소요. 출구를 찾아 잘 나오긴 했는데, 버스 타는 곳 찾다가 복잡한 사거리에서 뭔가 씌었는지 그때부터 뒤엉켰다. 버스타고 가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봤더니 번호를 잘못 봤다. 얼른 내려 주위사람들에게 물었다. 정확하게 하는 사람이 없었다. 택시를 탔다. 어딘가에 내려주셨는데, 그 근처가 아니었다. 지리를 잘 모르는 분이셨다.
어르신댁에 도착 약속한 시간은 이미 지났다. 요양사분이 왜 안오느냐고 재촉 전화가 왔다. 근처 어딘가까지 왔는데 헤매고 있다고 했다. 아니 왜 길을 못찾느냐고 성화시다. 몇번 몇번 버스 타면 오는데 그거 안탔냐고 하신다. 아... 못탔는데 어찌하오리까.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부탁하고 미친듯이 뛰었다. 어떤 고등학교 근처여서 주위에 있는 학생들에게 물어물어 갔다. 길은 또 왜 오르막인지. 겨울이었는데 온몸에서 땀이 삐질삐질 나왔다. 운동부족인지 다리가 천근만근이다. 숨을 헐떡거리며 기어올라가다시피 걸었다.
갑자기 울음이 터져나올것만 같았다. 일이 힘들어 울고 싶었던 적이 얼마만인가. 잠깐 멈추었다. 정신차리자. 심호흡 한 번 했다. 안되면 담에 또 오면 되지. 죽을 일은 아니잖아... 여유를 좀 찾으니, 바로 앞에 학교가 보였고, 그옆에 그렇게 이미 도착했어야 할 어르신댁이 보였다. 다행이 요양사분이 기다리고 계셨고, 위로를 받으며 무사히 방문을 마쳤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리 헤맬 일이 아니었다. 모든 게 처음이라 긴장했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긴 했지만. 사실 나는 길을 잘 찾는 편이어서, 당시부터 유행하기 시작했던 길찾기 앱을 사용하지 않았었다. 그게 가장 아쉬웠던 점이다. 만약 그때 길찾기 앱을 사용했더라면, 버스번호를 잘못 탔어도 그 시점부터 다시 검색해서 다른 경로로 찾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바로 폰에 지도앱을 깔았다. 지금은 지도앱 매니아다. 방문 떠나기전 지도앱 길찾기 검색은 필수다. 하루 평균 3~4곳 어르신 댁을 방문하므로 처음 떠날 때, 한 어르신댁에서 다른 어르신댁 갈 때, 마치고 사무실 들어올 때 등 아는 곳이라도 항상 검색한다. 최적 경로, 최소 도보 경로, 몇 분 뒤 차가 오는지 등등을 모두 검색하여 가장 완벽하게 방문을 마칠수 있도록 지도앱을 최대한 이용한다.
나의 방문 동반자이자 방문요양의 필수 아이템인 이 지도앱을 보며 요즘은 꽤 많이 감사해한다. 네가 있어 다행이야 하며~
그러다 문득 내 인생에도 그런 지도앱이 있으면 좋겠다는 좀은 유치한 상상을 한다.
길을 잃어 헤맬 때 길잡이가 되고, 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 체크도 해 줄 수 있는 그런 지도앱. 어디 없나?ㅎ
결국은 내가 만들어가야 할 길이므로, 현실을 직시하고 오늘도 나는 한 걸음 내딛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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