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1000권 읽기

47권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가네샤7 2022. 9. 8. 05:54

47권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The Midnight Library

매트 헤이그 / 노진선 옮김 . 인플루엔셜.  2021.

* 책을 읽으며 내 맘에 파장을 일으켰던 말들과 느낌들을 주로 적어본다~~

영국의 소설가이자 동화작가인 저자는 1975년생이며, 20대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던 순간, 자신의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깨닫고 가족의 도움을 받아 서서히 건강을 회복했다. 이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 2004년 [영국의 마지막 가족]을 출간하면서 소설가로 데뷔했다. 그후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고, '마음 건강에 대하여 우리 시대에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고 한다. 이 책은 죽기로 결심한 주인공 '노라 시드'가 삶과 죽음이 존재하는 미스터리한 도서관 '미드나잇 라이브러리'에서 눈을 뜨며, 다시 생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고, 그 중 가장 완벽한 삶을 찾는 모험을 하게 되면서 깨달음을 얻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

.

 

- '그런데 왜 수영선수가 안 됐지?'  노라는 긴 설명을 생략하고 간단히 대답했다. '압박감이 너무 컸어요.' 

'하지만 바로 그 압박감이 우릴 만드는 거야. 석탄이 압력을 받으면 다이아몬드가 되는 거라고'

노라는 다이아몬드에 대한 닐의 잘못된 지식을 바로잡아주지 않았다. 석탄과 다이아몬드는 둘다 탄소이기는 해도 석탄은 불순물이 너무 많이 섞여서 아무리 압력을 가해도 다이아몬드가 될 수 없다. 광물학에 따르면 한 번 석탄은 영원한 석탄이다. 어쩌면 그게 현실적인 교훈일 것이다. 

- '네가 죽음에게 가는게 아니야. 죽음이 널 찾아와야 해.'  보아하니 노라는 죽는 것도 제대로 못 한 듯했다.

- '~ 하고 싶다'는 건 재미있는 말이야. 그건 결핍을 의미하지. 가끔씩 그 결핍을 다른 걸로 채워주면 원래 욕구는 완전히 사라져. 어쩌면 넌 무언가를 원한다기 보다 무언가가 결핍된 것일지 몰라. 네가 정말로 살고 싶은 삶이 있을 거다. 

- 한때 그녀가 좋아했던 수영의 장점은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물속에 있으면 오로지 수영에만 집중하게 돼서 다른 일은 전혀 생각할 수 없었다. 학교나 집에서의 걱정은 모두 사라졌다. 수영의 기술은 다른 모든 기술과 마찬가지로 순도에 달려있다. 그 일에 집중하면 할수록 다른 일은 안중에도 없어진다. 더는 자신으로 존재하지 않고 지금 하는 일 그 자체가 된다. 

- 노라는 자신이 어디에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수영 후에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사실이 자유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떤 기대도 없이, 심지어 자신의 기대도 없이 그저 존재하기 때문이다. 

- 자극이 없으면 물고기는 우울증에 걸린다. 자극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엇이든 있어야 한다. 돌이나 나무, 수초가 없는 수조에서 그냥 둥둥 떠다니기만 하면 우울증에 걸린다....... 어쩌면 자살마저도 너무 활동적인 행위일 것이다. 그냥 둥둥 떠다니며 달리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은 채 변화하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인생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대부분의 인생이 그럴지도 모른다. 

- 이번 삶의 노라는 여전히 자기계발 분야의 잔 다르크 같은 자신감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는 걸 목표로 한다면 반드시 실패합니다.  나 자신이 되는 걸 목표로 하세요. 나처럼 보이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걸 목표로 하세요. 가장 '나다운 나'가 되는 걸 목표로 하세요. 나를 나로 만드는 모든 요소를 받아들이세요. 그걸 지지하세요. 사랑하세요. 갈고 닦으세요. 사람들이 그걸 조롱하고 비웃을 때 휩쓸리지 마세요. 대부분의 험담은 사실 질투랍니다. 묵묵히 할 일을 하세요. 체력을 키우세요. 계속 수영하세요......"

- '꿈을 향해 당당히 나아가고, 상상했던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면 일상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라고 소로는 <월든>에 썼다. 또한 이 성공은 고독의 산물이라고도 했다. '나는 고독만큼 함께하기 좋은 친구를 만난 적이 없다.'  그 순간 노라도 비슷하게 느꼈다. 비록 혼자된 지 한 시간 밖에 되지 않았으며, 아무도 없는 자연 속에서 이런 고독은 처음 느껴봤지만. 

- 자연의 일부가 된다는 것은 살고자 하는 의지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한 곳에 너무 오래 머무르면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잊어버린다. 경도와 위도가 얼마나 긴지 무감각해진다. 한 사람의 내면이 얼마나 광활한지 깨닫기 힘든 것과 마찬가지일 거라고 노라는 짐작했다. 하지만 일단 그 광활함을 알아차리고 나면, 무언가로 인해 그 광활함이 드러나면, 당신이 원하든 원치 않든 희망이 생기고 그것은 고집스럽게 당신에게 달라붙는다. 이끼가 바위에 달아붙듯이. 

- 난 우리와 같은 경험을 하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난 오랫동안 삶과 죽음 사이에 있었어요. 그러다 몇몇 다른 이동자를 만났죠. 난 그들을, 우리를 그렇게 부릅니다. 우린 이동자예요. 원래 삶에서는 의식을 잃고 어딘가에 누워서 삶과 죽음 사이에 걸쳐 있죠. 그러다가 어떤 곳에 도착합니다. 그 장소는 사람마다 달라요. 도서관이었다가 비디오 가게였다가 미술관이기도 하고... 그게 무슨 뜻이겠어요?

... 틀은 언제나 똑같아요. 예를 들어, 거기에는 늘 누군가 있습니다. 가이드죠. 늘 한 사람뿐입니다. 그리고 늘 원래 삶에서 중요한 순간에 이동자를 도와줬던 사람들이죠. 배경은 늘 감정적으로 의미가 있는 장소입니다. 그리고 으례 원래 삶이나 거기서 뻗어나간 가지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죠. 

- 과학에서는 삶과 죽음 사이에 '회색지대'라는 신비한 장소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이것도 저것도 아닌 단 하나의 지점이죠. 혹은 이것인 동시에 저것이기도 하고요. 살아 있으면서 죽었죠. 그리고 그 순간 두 이진법 사이에서 가끔은, 그냥 가끔은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되어서 살아 있거나 죽었을 뿐 아니라 우주 파동함수를 따라 존재하는 모든 양자 가능성이 되는 겁니다. 

- 노라는 다중 우주에 대해 읽은 적이 있고, 게슈탈트 심리학에 대해서도 조금 알고 있었다. 인간의 뇌가 세상에 대한 복잡한 지식을 받아들여 단순화한다는 사실을. 그래서 나무를 볼 때 우리의 뇌는 이파리와 가지가 복잡하게 얽힌 그 덩어리를 '나무'라는 물체로 해석한다. 인간이 된다는 것은 세상을 매사가 간단하면서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로 계속 단순화한다는 뜻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고 일반화하는 생명체이며,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 상태에서 살고, 마음속으로 구부러진 길을 편다. 그래서 늘 길을 잃는 것이다.

- 이건 엄청난 힘인 듯했다. 명성의 힘. 그녀가 SNS에서 본 유명 가수들처럼. 한마디만 포스팅해도 백만 개의 '좋아요'를 받고 글이 공유되는 사람들. 절대적인 명성을 얻으면 최소한의 노력으로도 영웅이나 천재, 신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은 위태롭기 짝이 없어서 쉽사리 추락하고, 악마나 악당 혹은 그냥 멍청이로 보이기 십상이다. 

- 삶에는 어떤 패턴이..... 리듬이 있어요. 한 삶에만 갇혀 있는 동안에는 슬픔이나 비극 혹은 실패나 두려움이 그 삶을 산 결과라고 생각하기 쉽죠. 그런 것들은 단순히 삶의 부산물일 뿐인데 우리는 그게 특정한 방식으로 살았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슬픔이 없는 삶은 없다는 걸 이해하면 사는 게 훨씬 쉬워질 거예요. 슬픔은 본질적으로 행복의 일부라는 사실도요. 슬픔 없이 행복을 얻을 수는 없어요. 물론 사람마다 그 정도와 양이 다르긴 하겠죠. 하지만 영원히 순수한 행복에만 머물 수 있는 삶은 없어요. 그런 삶이 있다고 생각하면, 현재의 삶이 더 불행하게 느껴질 뿐이죠.

- 관측 가능한 우주의 원자 양보다 체스를 둘 수 있는 방법이 훨씬 더 많아. 그래서 아주 복잡해지지. 그리고 체스를 두는 데 올바른 법은 없어. 그저 많은 방법이 있을 뿐이야. 인생과 마찬가지로 체스에서는 가능성이 모든 것의 기본이야. 모든 희망과 꿈,후회, 살아 있는 모든 순간의 기본이지. 

- 삶을 계속 경험하기 위해 각 삶의 모든 면을 다 즐길 필요는 없었다. 그저 어딘가에 즐길 수 있는 삶이 존재한다는 사실만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 마찬가지로 삶을 즐긴다고 해서 그 삶을 계속 산다는 뜻도 아니다. 더 나은 삶을 상상할 수 없을 때만 영원히 그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더 많은 삶을 살아볼수록 더 나은 삶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버리기 힘들다. 새로운 삶을 맛볼 때마다 상상력의 한계가 조금씩 넓어지기 때문이다. 

- 노라는 자신이 삶을 끝내려고 했던 이유가 불행해서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불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우울증의 기본이며 두려움과 절망의 차이점이기도 했다. 두려움은 지하실로 들어가게 되어 문이 닫힐까 봐 걱정하는 것이다. 반면 절망은 문이 닫히고 잠겨버린 뒤에 느끼는 감정이다. 하지만 새로운 삶을 살 때마다 상상력이 점점 더 발달하면서 저 비유 속 문이 조금씩 열린다는 걸 알게 되었다.

- 삶을 이해할 필요 없다. 그냥 살면 돼.

- 과학은 지나치게 멋진 것들을 불신해. 너무 공상과학 같거든. 과학자들은 회의주의자들이야. 일반적으로.  맞아. 그런데 물리학자들은 평행우주를 믿지. 과학을 공부하다 보면 평행우주의 개념이 당연해지니까. 양자 역학과 끈 이론은 다중 우주가 존재한다는 걸 가리켜. 아주 아주 많은 우주가 존재한다는 거지.

- 모든 게 맞아떨어져. 이번에 네가 여기 돌아온 건 죽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라 살고 싶었기 때문이야. 이 도서관은 널 죽이려고 무너지는 게 아니야. 네게 돌아갈 기회를 주려고 무너지는 거지. 마침내 결정적인 일이 일어났어. 넌 살고 싶다고 결정한 거야. 이제 계속 살아가렴. 기회가 있을 때.

- 노라는 더 노력해야 했다. 늘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 삶을 원해야 했다. 이 도서관이 그녀의 일부이듯, 다른 인생도 그녀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다른 삶에서 느꼈던 감정을 모두 느끼지 못할 수는 있지만 그녀에게는 능력이 있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여행가, 와이너리 대표, 록스타, 지구를 살리는 빙하학자, 케임브리지 대학 졸업생, 엄마, 혹은 그 외의 백만 가지 사람이 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놓쳤을지 몰라도 노라는 어떤 면에서 여전히 그런 사람이었다. 그들은 모두 그녀였다. 그녀는 그 모든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었고, 한때는 그 사실이 우울하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자극이 되었다. 왜냐하면 이제는 마음먹고 노력하면 자신이 해낼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다. 또한 그녀가 살았던 삶에는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가끔은 덫처럼 느껴지는 것이 사실은 그저 마음의 속임수일 수 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 포도밭을 소유하거나 캘리포니아 석양을 봐야할 필요는 없다. 심지어 넓은 집과 완벽한 가정도 필요치 않다. 그저 잠재력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노라는 잠재력 덩어리였다. 왜 전에는 이걸 몰랐는지 노라는 의아했다.

- 모든 것이 되기 위해 모든 일을 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무한하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늘 다양한 가능성의 미래를 품고 있다. 그러니 우리가 존재하는 세상 속에 있는 사람에게 친절하자. 가끔 서 있는 곳에서 하늘을 올려다보자. 어느 세상에 서 있든지 간에 머리 위 하늘은 끝없이 펼쳐져 있을 테니까.

- 내가 그토록 가고 싶었던 곳이 내가 도망치고 싶었던 바로 그곳임을 깨닫는 것은 꽤 충격적이다. 감옥은 장소가 아니라 관점이었다. 

- 상황과 뇌의 상태는 그대로일지라도 관점은 바뀔 수 있다. 중요한 건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이다. 그리고 이제 그녀의 관점은 불확실성에 열려 있었다. 불확실성이 있는 곳에 가능성도 있었다. 현실이 어떻게 보이든지 간에. 노라는 그 사실에서 희망을 얻었고, 심지어 여기 있을 수 있다는 것에 진정으로 감사한 마음마저 들었다. 

- 노라는 자신이 블랙홀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녀는 화산이었다. 그리고 화산처럼 그녀는 자신에게서 달아날 수 없었다.  거기 남아서 그 황무지를 돌봐야 했다. 자기 자신안에 숲을 가꿀 수 있었다.

.

.

.

 

; 노라를 따라 덩달아 다양한 삶을 경험해보면서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불확실성이 가득한 이 삶을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해주는 책이었다. 완벽한 삶은 없는 것처럼 현재의 삶을 더 만족할 수 있게, 더 좋아할 수 있게 말이다. 

가능성이 모든 것의 기본이며,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의 관점으로 세상을 살게 되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려고 굳이 애쓰지 않으며, 다이아몬드가 될 수 없는 석탄임이 속상하지 않을 것이며, 한번 석탄은 영원한 석탄일지라도 더 좋은 석탄이 되어 보자며 희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영원히 순수한 행복에만 머물 수 있는 삶은 없듯이, 동전의 양면처럼 늘 함께 하는 슬픔을 행복의 다른 모습으로 반갑게 맞이하며.... 나에게 그리고 내가 존재하는 세상속의 사람들에게 좀더 친절해 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