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46권 [웃음 1. 2]
베르나르 베르베르 /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2012.
* 책을 읽으며 내 맘에 파장을 일으켰던 말들과 느낌들을 주로 적어본다~~
소설 [개미]로 유명한 저자는 일곱 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쓴 '프랑스 천재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유머를 소재로 한 범죄 스릴러, 유머집, 역사 패러디의 속성을 복합적으로 지닌 작품이다. 프랑스의 국민 코미디언 다리우스가 분장실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침입의 흔적이 없는 분장실, 유일한 단서는 그가 사망하기 직전 폭소를 터뜨렸다는 것. 경찰은 과로로 인한 돌연사로 수사를 종결하지만, 여기자 뤼크레스 넴로드와 전직 과학 전문기자 이지도르 카젠버그는 죽음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추적 조사를 펼쳐간다. 코미디언 다리우스의 실체, 웃음 산업과 유머를 둘러싼 음모, 역사의 배후에 감춰져 있던 거대한 비밀 조직에 다가가면서..... 웃음, 유머에 대한 다양한 의미를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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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 >
- 다리우스는 불행을 웃음으로 다스릴 줄 아는 애였어. ... 진실은 때로 끔찍하고 잔인하지. 다리우스는 그런 진실을 받아들이기 위해 그것을 뒤집어 보거나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았어. 그게 바로 그의 비결이었지. 그 애는 잔인한 진실을 가지고 개그를 만들어서 우리의 숨통을 틔워 주었어.
- 어찌보면 그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자기 고통의 증인을 삼으면서 자신을 상대로 정신 분석을 한 것일 수도 있었다. 말하자면 유머가 불행을 소화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셈이다.
- 유머란 정교한 시계 장치와 같아요. 정교한 만큼 부서지기도 쉽고 다루기도 까다롭죠.
- 이런 얘기 아세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처음엔 일을 열심히 하다가 갈수록 꾀를 부리는 경향을 보여 왔다. 이집트 피라미드의 형태만 봐도 그것을 알 수 있다.' 인메이드씨가 직접 지어낸 얘긴가요? 아뇨, 다리우스에게서 들은 얘기예요. 저희가 게으름을 피울 때 하신 말씀이죠.
- 폭력은 바보들이 사용하는 설득 수단이에요. 생각이 딸리니까 가짜 힘에 의존하는 거라고요.
- 어느날, 솔로몬은 니심의 조언을 따를 때마다 일이 잘 풀리는 것을 신통히 여기고 그를 불러서 이른다. '니심, 재미있게 말하는 방법을 가르쳐 다오. 매번 조언을 받아서 말할 수 없는 노릇이니 내가 아예 방법을 배우는게 좋지 않겠느냐?' '아닌게 아니라 해학이란 하나의 학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럴까? 지식보다는 직관에 더 의존하는 기예가 아니겠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우스갯소리 하나하나에는 이를 테면 3박자의 원리가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고?'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큰 잔치를 벌이고 있는데, 한 사람이 빨간 줄무늬가 들어간 초록색 튜닉을 입고 나타납니다. 모두가 깜짝 놀랄 수밖에요. 이때 두 번째 사람이 똑같은 복장을 하고 등장하면 사람들은 더욱 놀라게 됩니다. 그런데 세 번째 사람이 또다시 빨간 줄무늬가 들어간 초록색 튜닉 차림으로 나타나면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리게 될 것입니다. 이게 바로 3이라는 숫자의 마법입니다.'
- 뤼크레스는 문득 그 코미디언의 삶에 연민을 느꼈다. 그는 돈, 권력, 여자, 대중의 사랑과 존경 등 모든 것을 누렸다. 하지만 세상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삶, 베르사유 궁전을 흉내 낸 사치스러운 대저택에서 어머니를 자기의 가장 열렬한 팬으로 모시고 형제들을 하인처럼 부리며 살던 삶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숱한 불면의 밤들과 슬픔이 있지 않았을까? 그 슬픔이 너무나 커서 세상 모든 것을 조롱하며 웃는 척하지 않았을까? 이지도르는 '넘치는 것은 언제나 모자라는 것과 평형을 이룬다'고 말했다. 그 말대로라면 다리우스가 남달리 익살스러웠던 것은 보통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은 불안과 슬픔을 견디며 살았기 때문이다.
- 나(이지도르)는 유머나 개그를 좋아하지 않아요. 우리 인간의 생존조건이 절망스럽다면 그것을 있는 그대로 느껴야 해요. 그런데 유머라는 것은 그런 조건을 호도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부질없는 행위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 바로 유머가 존재하기 때문에 인간이 비천하고 부당한 생존 조건을 용인하며 살아가는 거예요. 유머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참지 않고 저항을 하겠지요. 유머란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진통제와 같아요. 부당한 것이 있다면 그것에 맞서 싸워야지 그냥 참고 사는게 좋은 일일까요?
- 유머는 일탈 또는 금기의 위반을 바탕으로 작동합니다. 사람들이 느끼는 사회적 중압감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인 유용성이 있죠. 그런가 하면 유머는 두려움을 해소하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남자들이 여자들을 조롱하는 것은 알고 보면 여자들을 두려워하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유대인들이 어머니를 놓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죠.
- 웃음이란 자기 표현을 억압하는 가혹한 사회적 기계 장치에 대한 생명의 항변이다. --- 베르크손
- 나는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철학자들이 짓는 웃음의 수준에 따라 그들의 등급을 매기고 싶다. --- 니체
< 2권 >
- 우리는 저마다 거짓을 말하는 세상에 살고 있어. 거짓말은 사회가 무너지지 않도록 해주는 시멘트야. 만약 사람들이 저마다 진실을 말한다면 모든 사회 조직이 해체되고 말거야.
- 저널리즘은 내가 기대했던 것과 달리 지식 전달자 역할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나는 기자로 일하면서 막다른 골목에 갇힌 기분을 느꼈다.
- 이제 소설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소설과 기사는 독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소설이 상정하는 독자는 스스로 사고할 줄 알고 혼자서 자기 의견을 낼 수 있는 존재다. 반면에 기사는 기자와 똑같은 생각을 갖도록 독자에게 강요한다. 그리고 기사는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화시키기 위해 사진이라는 교묘한 수단을 이용한다. 텔레비젼의 경우는 그런 경향이 더욱 심하다. 영상뿐만 아니라 시청자들의 무의식에 작용하는 음악까지 동원된다. 우리는 어떻게 거짓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 '남을 웃기는 게 무술과 같다는 건가요?' '그렇다마다. 남들을 웃긴다는 건 그들에게 에너지를 보내는 것일세. 그 에너지는 사용 방식과 사용량에 따라서 유익할 수도 있고 해로울 수도 있지.'
- 일리가 있는 규칙이군요. 텅 비어 있는 것을 경험해 봐야 가득 찬 것의 가치를 알게 되죠. 수도사들은 말하는 것의 기쁨을 알기 위해 침묵 서원을 하고, 음식의 참맛을 알기 위해 금식을 합니다. 또한 정적을 알아야 음악을 제대로 즐기게 되고, 어둠을 경험해야 색깔의 참된 가치를 이해하게 되죠.
- 그 태초의 웃음 덕분에 인간이 비로소 그 동물 형제와 구별되었다네. 호흡과 신경의 메커니즘을 작동시켜서 불안을 즐거움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인간뿐이라는 것을 보여 주었으니 말일세.
- 우리 몸은 응석꾸러기 어린애와 같네. 자꾸 단 것과 애무와 안락함을 요구하지. 하지만 우리가 몸을 교육시키면, 다시 말해서 가장 알맞은 때에 무언가를 하도록 몸에게 가르치면, 처음에는 싫어하다가도 나중에는 우리에게 고마워하지. 이제부터는 몸이 시키는 대로 자네들이 따라갈 것이 아니라 자네들이 몸을 교육시키고 이끌어 가야 하네.
- 뤼크레스는 유머 기사단의 역사를 수놓은 그 인물들의 공통점을 간파했다. .... 그들은 모두 어려운 시련을 겪었어. 그들에게 웃음은 탄성 에너지와 같은 것이었고, 엄청난 불안을 이겨 내는 한 가지 방식이었어. 그들은 유머 덕분에 성공했어. 그런데 왜 그들 가운데 다수가 말년에는 비극 작품을 만들려고 했을까? 자기들이 익살을 너무 많이 떨었던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싶었을까? 자기들이 너무 우스워 보이는게 싫었을까?
- 웃으면 횡격막이 팔딱거리기도 하지. 허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웃음은 허파의 가스 교환 기능을 고도로 활성화시킨다네. 허파는 급격하고 단속적인 움직임을 통해 시속 120킬로미터의 속도로 공기를 배출하지. 그러면서 배를 흔들어 주고, 위나 간이나 지라나 창자 같은 주위의 모든 기관을 자극하네. 요컨대 웃음은 우리 몸을 모든 층위에서 흔들어 주는 것일세.
- 새침하게 굴 건 없네. 지구상에 떠돌고 있는 우스갯소리들의 80퍼센트가 성이나 죽음이나 똥 오줌 같은 터부에 바탕을 두고 있네. 그런 것들이 가장 널리 퍼져 있는 금기들이니까. 그런 것들을 깨뜨릴 때 가장 강력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일세.
-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뛰어난 유머 수집가였네. 그는 웃음을 내부의 압력을 조절하기 위한 안전밸브로 생각했어. 그가 보기에 유머란 인간을 심리적인 억압에서 벗어나게 하고 억눌린 감정을 풀어 주며 나아가서는 무의식을 표출하게 해주는 것이었네. 그래서 그는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서라면 주저 없이 유머를 사용했지.
- 이 부처의 웃음을 보게. 이 웃음은 모든 영적인 존재가 도달해야 할 목표일세. 바로 해탈의 웃음이지. 이런 웃음은 세상과 자기 자신이 보잘것 없음을 깨달은 연후에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 가벼운 마음으로 세상사와 오욕칠정 위로 표표히 떠 있을 때 나오는 것일세. 그때부터 만물은 환희의 원천이 되지. 이 웃음은 궁극적인 깨달음에서 나온다네.
- 우리는 온갖 종류의 유머를 생산했어요. 하지만 우리가 만든 유머들의 바탕에는 언제나 동일한 철학이 깔려 있었어요. 독재자와 현학자와 거드름쟁이를 고발할 것, 경건주의와 엄숙주의와 우울증과 미신과 갖가지 차별주의에 맞서 싸울 것. 그게 우리의 철학이죠. 우리는 모든 것을 웃음의 소재로 삼았지만 그 바탕에는 인간에 대한 존중심이 있었어요. 우리가 사람들을 조롱하는 것은 인간의 품격을 떨어뜨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였어요.
- 유머는 하나의 에너지예요. 핵에너지와 비슷한거죠. 핵에너지는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득이 되기도 하고 엄청난 해악을 끼치기도 해요.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해서 사람들에게 편의시설을 제공할 수도 있지만, 원자 폭탄을 만들어서 무수한 사람들을 죽일 수도 있죠.
- 상상력이 인간에게 주어진 것은 인간의 현재 모습이 아닌 것으로 인간을 보완하기 위함이요, 유머가 인간에게 주어진 것은 인간의 현재 모습에 대해서 인간을 위로하기 위함이다. --- 헥터 휴 먼로
- 웃지 않고 산다는 게 어떤 건지 당신들은 모를 거예요. 사실 웃음이란 불행을 소화하기 위한 하나의 반응이에요. 우리가 웃지 않고 산다면 뇌에 불행이 쌓이게 되죠.
- 가면, 이것이 바로 덫이야. 스타들은 자기들의 가면과 진짜 얼굴을 혼동해. 그런 증상이 심해져서 현실을 완전히 망각하게 되면 갑자기 끝없는 추락이 시작되는 거지. 코미디언들의 세계는 어쩌면 훨씬 더 잔인할지도 몰라. 거기에서 얻을 수 있는 권력이 훨씬 강하기 때문이야.
- 나는 우스갯소리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당신한테 말했어요. 그런데 당신과 함께 취재를 한 뒤로 하찮고 쓸모없어 보이던 그 행위를 대단히 높이 평가하게 되었어요.이제는 유머가 나에게 지극히 중요한 것이 되었어요. 나는 유머가 가장 높은 수준의 영성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것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웃게 되는 것이니까요.
- 이따금 우리의 생각이 명철해질 때면 세상만사가 사람들이 말하는 것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돼요. 그러면 갑자기 우리는 세상사로부터 거리를 두게 되죠. 우리의 정신이 집착에서 벗어나 초연해지면 우리자신까지 조롱할 수 있어요.
- 그럴싸한데요. 그건 동물들이 웃지 않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것이기도 해요. 동물들은 고통을 겪지만 그런 방어 무기가 없죠.
- 우리가 웃는 까닭은 현실을 초월하기 위함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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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꽤나 길게 겨우 다 읽었다. 웃음이란 제목처럼 즐거워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조금은 늘어지는 전개와 중간중간 소개되는 유머들이 코드가 안 맞는 경우도 있거니와 스토리라인 맥을 끊어버리기도 하여 읽어나가는 속도감에 발목을 잡기도 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웃음의 원천과 그 역사의 장대함으로 보아 인간의 고단한 삶에서 웃음은 영혼의 카타르시스와도 같은 역할로서 필수불가결했을 것으로 보인다. 모든 것을 깨달았을 때 비로소 웃게 되는 순간순간에서 인간은 수용과 해탈 그리고 초월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
메마른 일상에서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한 번 숨통을 터뜨릴 수 있게 해주는 절묘한 타이밍의 유머는 인간의 뇌를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사고를 유연하게 해준다. 삶이 조금 쉽게 다가온다.
현실을 초월하지 않고, 현실을 더욱 잘 살기 위해... 오늘도 웃음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즐겁게 살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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