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기요양 이야기/방문요양 사회복지사의 하루하루

연례행사 - 추석, 설날, 어버이날 선물 돌리기

가네샤7 2024. 9. 22. 08:50

* 연례행사 - 추석, 설날, 어버이날 선물 돌리기

추석, 설날, 어버이날이 다가오면 방문요양센터는 바쁘다. 

수급자인 어르신들과 돌봄 서비스를 해주시는 요양보호사님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센터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감사 표현을 하겠지만, 우리 센터는 추석과 설날, 그리고 어버이날에 연례행사로 선물을 드린다. 추석과 설날은 우리나라의 큰 명절답게 풍성한 선물세트를 준비하고, 어버이날은 예쁜 꽃바구니로 축하의 마음을 전한다.

먼저, 설날, 추석이 다가오면,  그해에 선물받을 어르신과 요양사 분들의 명단을 뽑는다. 수급자와 요양사의 변동이 잦은 만큼, 그 시점에 소속되어 있는 분들의 명단, 리스트를 일차적으로 추려내어, 변동된 주소지가 있는지, 확인받을 보호자 전화번호가 맞는지 등을 체크한다. 전체 명단이 완성되면 늘 이용하는 대형마트에 가서 올해는 어떤 새로운 선물 세트가 출시되었는지 탐색한다.

사실, 대강의 금액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선택범위가 크게 넓지는 않다. 비누, 치약 등 일상생활용품 세트, 조미김 종류, 유과 등 과자 종류 등등 종류는 매우 많지만, 거의 언제나 간장, 식용유, 햄 등이 들어있는 선물세트가 당첨된다. 어르신들 식성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당장 반찬만들 때 필요한 재료들을 두고두고 사용할 수 있도록 결국 이 선물세트로 귀착된다.

선물이 결정되면, 마트 고객센터 담당직원에게 선물 받으실 어르신 명단을 드리고, 며칠까지 도착할 수 있도록 택배를 부탁한다. 이제 남은 일은 이 선물들이 잘 도착했는지 하나하나 확인하는 작업이다. 일단 전체 공지를 보내, 선물이 도착하면 도착확인 문자를 보내달라고 부탁한다. 택배 도착 날짜 때가 되면 속속들이 문자가 날아들어온다. 명단을 체크해가면서 빠진 분들은 한분한분 직접 전화를 해서 확인한다. 전화하는 김에 명절 잘 보내시라는 인사도 덤으로 드린다.  혹시 택배가 누락되거나 잘못 배송된 분들까지 다시 확인하면서 마지막까지 챙겨드려야 최종적으로 끝이 난다.

요양보호사분들에게는 대개 명절 수당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센터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5만원 전후 정도일 것이다. 예전에는 요양사분들에게도 선물세트를 드렸지만, 요즘은 수당을 드리는 것을 좀더 선호하시는 것 같다. 

그리고...설날과 추석 사이에 있는 어버이날!  어르신들을 모시는 일이 우리의 업무이므로 이날은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우리센터에서는 독거 어르신들 위주로 직접 방문하여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안겨드린다. 적적하게 혼자 계신 어르신들에 어버이날 축하인사 드리며 꽃바구니를 전달하면 어르신들은 무척 좋아하신다. 꽃을 바라보시는 어르신들은 순간 소년, 소녀가 된 듯 해맑은 미소를 지으신다. 선물 전하는 마음까지 기쁨이 가득하다. 그래서 어버이날 꽃 선물 행사는 출발하기 전부터 마음이 설렌다.   

해마다 하는 작업이지만, 누군가에게 선물을 드리는 일은 마음이 따뜻해지고 즐거운 일이다. 어떤 어르신은 당신 이름 앞으로 온 선물이라며 어린아이처럼 활짝 웃으시며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호자가 사진으로 담아 보내주시기도 한다. 인지가 조금 떨어지신 어떤 어르신은 꽃을 가져온 복지사가 아직 결혼못한 당신 아들 며느리 될 사람이 인사하러 왔다면서 기뻐하셨다고 한다. 죄송스럽기도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행복하셨으리라 생각한다. 

올해도 설날, 어버이날, 추석을 어르신들과 요양사님들과 함께 풍성하게 잘 보냈다. 그리고 내년에도 모든 분들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계셔서 또 선물을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