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사회복지사~ 무더위와 사이좋게 살아남기!
올 여름은 더웠다. 그냥 더운게 아니라 미칠 듯이 더웠다.
웬만한 더위는 잘 참아내는 나였지만, 올해는 헉 소리가 절로 났다. 복지사들끼리 모이면 어르신댁에 방문하기 좋은 계절, 힘든 계절을 서로 이야기하곤 한다. 추운게 딱 질색인 나는 힘든 계절로 늘 겨울에 한표를 던졌지만, 올해는 거두절미하고 여름을 꼽았다.
일단 습도가 높았다. 습도라도 낮으면 햇볕을 피해 그늘로 다니면 그나마 살만한데, 이놈의 습도는 피할 길이 없다. 전신이 끈적끈적하며 불쾌지수가 높아지고, 심지어 좀 잠잠하던 코로나가 다시 번지기 시작하니 마스크까지 착용해야해서 숨이 턱턱 막혔다.
뚜벅이인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어르신댁까지 걸어서 다닌다. 버스안은 그나마 에어컨이 짱짱하여 버스 기다리다 흘린 땀을 훔치가며 일단 전열을 재정비할 수 있다. 버스에서 내려 어르신댁까지 걸어가는데 2차 전쟁이 시작된다. 문제는 그다음. 뙤약볕을 뚫고 어르신댁에 허겁지겁 도착했건만, 에어컨을 틀어놓지 않는 경우가 있다. 종종 있다. 좀 자주 있다. 생각보다 꽤 많다. 심지어 선풍기도 제공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아주 드물지만. 어르신들은 덥지 않다고 하신다. 기온에 대한 민감도 감소 또는 체온 차이, 간혹 전기세 걱정... 등등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7월이 다가오면, 어르신댁 방문전에 미리 챙겨두는 필수품이 있다. 그중 단연코 없어서는 안될 1순위가 나에게는 양산이다. 내리쬐는 햇살과 자외선 아래를 양산없이 걸어간다는 방패없이 적진에 뛰어드는 것만큼이나 무방비 그 자체다. 역사이래 양산이라는 존재가 생긴 것에 무한히 감사하며, 양산과 함께라면 사막아래를 걸어가듯 햇살아래를 과감히 뚫고 나갈 용기를 낼 수 있다. 우양산이면 좀더 편리하다. 갑작스레 만나는 소나기에도 대비할 수 있으니!
손수건, 살짝 얼린 물병도 반드시 챙긴다. 삐질삐질 흘러내리는 땀을 수시로 닦아야 한다. 특히 마스크 아래 인중에 쌓인 땀이 입안에 흘러들어와 짠맛을 맛봐야하기 직전에 거사는 이루어져야 하니까. 썬글라스도 챙기는 복지사들도 있지만, 일단 나는 패스한다. 썬글라스는 해변가에서만 써야하는 줄 아는 촌사람이므로...ㅎ
최소 20분 동안의 방문 시간을 체크해가며 어르신, 요양사와 함께 대화를 나눈다. 한달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몸은 좀 어떠신지, 식사는 잘 하고 계신지, 잠은 잘 주무시는지.... 그리고, 무사히 마치고 태그찍고 현관문을 나선다. 푹 젖은 마스크를 일단 벗고, 어르신댁에 들어가기 전에 신었던 양말을 벗고, 땀을 닦고, 냉수를 들이킨 후, 다음 어르신댁으로 향한다.
오늘도 무더위와 사이좋게 나는 살아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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