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1000권 읽기

59권 [최재천의 공부]

가네샤7 2022. 10. 12. 10:48

59권 [최재천의 공부]

최재천 / 안희경. 김영사.  2022.

* 책을 읽으며 내 맘에 파장을 일으켰던 말들과 느낌들을 주로 적어본다~~

평생 자연을 관찰해온 생태학자이자 동물학자인 저자는 서울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에서 생태학 석사학위를, 하버드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0여년간 중남미 열대를 누비며 동물의 생태를 탐구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생명에 대한 지식과 사랑을 널리 나누고 실천해오고 있다. 2019년 총괄편집장으로서 세계 동물행동학자 500여명을 이끌고 <동물행동학 백과사전>을 편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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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에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머리에서 가슴까지'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실제로는 36센티미터밖에 안 되는 거리이지만, 아는 것을 실행에 옮기기까지 매우 어렵고 시간이 걸리죠. 

- 저는 가르치고 어울려 탐구하는 걸 좋아합니다. 대학교수로 있으면서 아쉬움이 많은데, 우리나라 대학이 교육을 너무 등한시하고 연구 성과에만 집중합니다. 모름지기 교수라면 잘 가르쳐야죠. 교육 속에서 학생은 피어납니다. 

- 아이를 가르쳐서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세상을 보고 습득하도록 어른이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 그것이 바른 교육입니다. 

- 지금 중, 고등학교에서 가르치는 모든 내용이 사회에서 정말 필요한 것일까요? 솔직히 아무도 장담하지 못합니다. '삶의 중요한 시기에 있는 아이들의 시간을 우리가 지금처럼 빼앗아도 될까?'  자주 의문을 가져요... 먼저 살아봤다는 이유로 기성세대가 청소년에게 '삶을 접고 공부만 해라'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의 교육제도는 위 세대가 아래 세대를 압박하는 장치가 됐습니다. 이제라도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게 뭔지 고민하고, 모두가 삶을 즐기면서 자라나도록 길을 내야 합니다. 왜 우리가 교육하고 공부하는지 숙고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 수학은 상당히 직관적인 학문이더라고요. 전체를 보고 흐름을 파악하고 어떤 요소들이 필요한가를 분석하며 그걸 바탕으로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내는 거예요. 미국 아이들은 수학을 대체로 못해요. 하지만 수학 수업은 우리와 다르게 이뤄집니다. 예를 들면, 공식을 설명하고 객관식 답을 찾도록 가르치지 않고, 어떤 상황을 주고 어떻게 풀 수 있는가를 묻습니다. 그러면 아이들이 무리를 지어 궁리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해법만을 열심히 가르칩니다. 아이들은 왜 그렇게 풀어야 하는지 모르고 해법만을 배우는데요. 창의적 아이들은 잘 따라 하지 못해요. 

-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정해진 시간 안에 반드시 뭘 해야 하는 경우가 그렇게 많은 건 아니잖아요. 물론 정해진 시간 안에 모든 일을 마감해야 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한 시간 안에 모든 해법을 찾아야 하는 긴박한 삶을 평생 살지는 않습니다. 우리에게는 문제를 인식하고 숙고할 시간이 충분히 있어요. 그러니까 '어떤 자원을 동원해서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갈까'를 가르쳐야 하는데, 우리는 주어진 문제를 한정된 시간 안에 어떻게 푸는지를 가르치죠.

- 교육은 아이들이 지닌 잠재력이 드러나도록 과정을 다듬고, 흥미가 일어나도록 누구에게나 기회를 줘야 하죠. 모르는 사이에 공부하고 있듯이 마음이 우러나도록요.

- 제가 대가들과 조금 깊이 이야기를 나눠본 경험이 있는데, 대가인데 이런 것도 모르나 싶을 만큼 그분들에게도 구멍이 있어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의 양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공부의 구성요소를 이렇게 생각합니다. '젊은 친구들,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어차피 조금은 엉성한 구조로 가는 게 낫다. 이런 것에 덤벼들고 저런 것에 덤벼들면, 이쪽은 엉성해도 저쪽에서 깊게 공부하다 보면, 나중에는 이쪽과 저쪽이 얼추 만나더라.'  깊숙이 파고든 저쪽이 버팀목이 되어 제법 힘이 생깁니다. 

- 뭐든 한참 하면 엉성한 곳들이 슬금슬금 메워지더라고요. 조금이나마 그런 걸 허용하면 좋겠어요. 외나무다리를 비틀비틀 아슬아슬하게 건너가는 사람을 응원해주면 좋겠습니다. 마음을 졸이며 바라보더라도 ' 어! 저 녀석 보게. 결국엔 건너갔네!' 라고 말하는 뿌듯한 경험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면 안 돼'  '균형을 잡아야 해'  '실수하면 안 돼' 라는 말만 하고, 외나무다리를 건너가도록 도와주지도 못하면서 준비만 잔뜩 시키는 그런 교육을 이제는 그만해야죠. 

- 독서를 일처럼 하면서 지식의 영토를 계속 공략해나가다 보면 거짓말처럼, 새로운 분야를 공략할 때 수월하게 넘나드는 나를 만나게 됩니다. 그날이 오면 스스로가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우실 거예요. 100세 시대에 20대 초에 배운 지식으로 수십 년 우려먹기가 불가능합니다. 결국 책을 보면서 새로운 분야에 진입해야 하죠. 취미 독서를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독서는 기획해서 씨름하는 '일'입니다.

- 우리는 실수하면 완전히 그 동네에서 매장된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더라'가 제 결론이고, '너무 겁먹지 말고 들이대라'가 제 조언입니다. 

- 성적을 잘 받는 학생들은 대체로 자기 관리에 충실합니다. 성실하기는 해요. 성적은 성실함을 측정하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창의성을 보여줄 수는 없습니다... 기업은 월급을 줄 사원을 뽑는데, 평점만 보고 뽑는다면 기업의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평점 3.7이라는 숫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 '그런 거 해서 밥이나 먹겠니?'  '대기업 취직해야지'  '뉘집 애는 어디에 들어갔다.'  아이들의 장래는 부모님들이나 주변의 결정에  따라 휩쓸려가잖아요. 아이들의 장래를 아이들에게 맡기면 지금 같은 쏠림 현상을 사라지겠죠. 어른들이 아이들의 결정을 좌지우지하고 대신해주기 때문에 여러 문제가 파생되고 있습니다. 저는 아이들은 육감으로 미래를 느끼고 있다고 믿기에, 부모님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어요.

- "어른들뿐 아니라 아이들 중에는 내로라하는 대학을 나와야 어느 정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데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지금부터 20년 후에요. 40대가 삶의 중심이라고 하면, 지금 공부하는 아이들은 적어도 20년 후의 세상을 예측하면서 자기 삶을 기획해야 합니다. 하지만 20년 후를 내다보기에는 우리의 생각이 너무도 하루하루 현실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 저의 자부심 중 하나는 제가 통섭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이래, 우리 사회에서 '소통없이 한 우물만 파라'라는 말이 거의 자취를 감췄다는 겁니다. 이제는 대다수가 주변인과 융합해야 한다고 느끼죠. 저의 딴짓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생물학만 내내 공부했다면 저는 지극히 평범한 곤충학자, 어쩌면 신기한 작은 곤충을 연구하는 사람으로만 살아갔을지 모릅니다. 제가 오지랖이 넓게 많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준 공은, 아무리 생각해도 딴짓밖에 없어요.

- 저는 아직 천장이 어딘지도 모릅니다. 지붕 없는 세계에서 살아요. 그래서 비는 많이 맞는데 아직 하늘이 얼마나 높은 줄 모릅니다. 제가 돌고래 연구를 시작할 때 앞으로 200년 정도 이 연구를 끌어갈 계획으로 설계했습니다. 앞으로 제가 또 어떤 일을 하고 싶을지 저도 모릅니다. 그러니 아이들의 내일도 우리의 내일도 무한히 열어둬야 해요. 마음가는 대로 해도 됩니다.

- 제자가 클 수 있도록 하는 행동이 선생의 큰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식물은 씨앗을 자기 그늘에 뿌리지 않습니다. 가능한 한 멀리 내치죠. 그래야 씨앗도 뿌리를 내리고 서로가 잘 자랄 수 있어요. 

- 과학자들은 장내 미생물에게 좋은 것이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는 목적이 있는데요. 장내 미생물들이 바로 나의 동반자들이기 때문이에요. 내 몸과 내 정신을 함께 운영하는 동반자이니, 그 동반자가 잘 되어야 내가 잘 될 수 있죠. 

- 동물 세계에는 선생님이 없는 것 같아요. 선생님이 있어도 적극적으로 가르치지 않습니다. 선생님은 그냥 거기 있고 아이들이 보고 배웁니다. 저는 우리가 약간 동물스러운 교육을 하면 좋겠어요. 선생님은 먼저 가르치려고 덤벼들지 말고, 아이들이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일종의 촉진자가 되어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어떨까 싶습니다.

- 스카이가 언제까지 스카이로 버틸 수 있을까요? 이제 이 질문을 할 때가 왔어요. 다수가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서 스카이는 고립될 가능성이 있죠. 여태껏 스카이 출신들이 세상을 쥐고 재생산을 해왔지만, 지금은 스카이 근처에도 안 가고 2~3년 동안 유튜브를 보며 혼자 코딩하다가 구글에 취직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학 안 가고 혼자 배워 스타트업을 하는 친구들도 있고요. 그 인구가 점점 많아지면 주도권이 바뀔 가능성이 크지요. 이미 그런 일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 리더가 입을 열면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아요. 집단 지성을 이루고 창의성을 끌어내려면, 리더는 어금니가 아프도록 입을 다물어야 합니다.

- 먼저 말을 시작하게 주도권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제가 주도권을 가지면 아이는 묻는 질문에 답만 하지만, 아이가 주도권을 가지면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해서인지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술술술 붑니다. ' 아! 요 녀석이 요즘 이것 때문에 그렇구나.'  감이 오죠. 하지만 참는게 참 힘들어요. ... 침묵을 내가 깨지 않도록 이 악물고 참아야 해요.

- 우리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악착같이 찾아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대부분은 내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돼요. 내 길이 아니라는 걸 발견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되죠.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고속도로 같은 길이 눈앞에 보입니다. '이거다!' 싶으면 그때 전력으로 내달리면 됩니다. 제가 정확히 그렇게 했어요. 한 10년쯤 달리다 보니 처음에는 친구들보다 훨씬 늦었는데, 10년 정도 지나면서 남들보다 조금씩 앞서가고 있더라고요.

- 지금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사회적 지위와 맞물려 있습니다. 교육의 편견이 담을 더 높이 쌓는 역할을 해서는 안 되죠. 우리 부부가 왜 서로에게 활력이 될까를 생각해보면요. 서로의 뜻을 존중하며 살고자 하는, 삶이 지닌 본연의 가치를 배움속에서 다져왔기 때문일 겁니다. 서로에게 공간을 내어주는 데는 바로 그 존중이 바탕으로 자리 잡혀야 합니다. 그 자리에서 상대를 바라보면 각자가 뿜어내는 가치가 보입니다. 현대 사회가 추구해야 하는 다양성의 가치도, 바로 그곳에서 시작됩니다. 네, 저마다의 삶 속에 저마다의 공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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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도서관 도서검색을 통해 대출 가능하기를 몇 달 전부터 기다려왔던 책.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가 부제인 이 책에서 저자는 과연 무슨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낼 지 참 궁금했었다. 매체를 통해 자주 접했고, 과학분야의 스승으로 각계 인사들이 존경한다는 말을 자주 했던 분이어서 더욱 그러했다. 

공부, 배움에 대한 철학이 확실하신 분이었고, 그 교육관이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졌으면 참 좋겠다는 공감을 많이 했다. 

어른은 환경을 조성해주고 아이가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기다려 주기. 아이들을 너무 많이 가르치려고 덤비지 않기.  외나무 다리를 비틀비틀 건너더라고 끝까지 응원해줄 수 있기.... 그리고 그런 응원을 지금 나에게도 해 주기.

사회에서 살아남기가 힘들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라고 하기에 말을 하면, 말이 많고 상사의 말에 토를 단다고 한다.  조직에서 튀면 아직도 정을 맞는 곳이 많다. 적당히 눈치보고 적당히 묻어가야 잘 살아남는다. 

그래도 오늘 나는 나를 응원한다. 겁먹지 말고 들이대자고. 정맞고 정맞다 보면 맷집이 생기겠지 하고.

저자의 공부가 우리 모두의 공부가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