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1000권 읽기

55권 [꽃잎 한 장 처럼]

가네샤7 2022. 9. 20. 06:36

55권 [꽃잎 한 장 처럼]

이해인. 샘터.  2022.

* 책을 읽으며 내 맘에 파장을 일으켰던 말들과 느낌들을 주로 적어본다~~

'넓고 어진 바다 마음으로 살고 싶다'는 뜻을 담은 '클라우디아' 수녀님이자 시인인 저자는 현재 부산에 있는 바닷가 수녀원의 '해인글방'에서 사랑과 위로의 메시지를 전하고 계시다.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  이후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두레박],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등 다수의 시집과 산문집이 세상에 나왔다.  이 책은 최근의 시들과 기념시, 지난 1년간의 일상생활의 기록 등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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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백

칭찬과 위로를 받을 적엔
너무 기뻐
위로 위로 잎사귀를 흔드는
노래의 나무였다가
오해와 미움을 받을 적엔 
너무 슬퍼
울지도 못하고
아래로 아래로 
고독을 삼키는 
침묵의 나무였다가

어느날 
나도 모르게
뿌리가 깊어진 걸 보고
깜짝 놀랐지
둘레가 넓어진 걸 보고
행복하였지

사랑의 비밀은
기쁨보다는
슬픔 속에 
은밀하게 숨어 있음을
새롭게 발견하고
푸른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 보았지

 

 

- 햇빛 향기

오랜 장마 끝에  / 마당에 나가 /  빨래를 널다 /  처음으로 만난 /  햇빛의 고요 /  햇빛의 향기

하도 황홀하여 /  눈이 멀 뻔 했네  /  다시 한번 /  살아 있는 기쁨  / 숨을 쉬는 희망

자꾸 자꾸 /  웃음이 나네

아아 이제 /  내 남은 시간들을 /  어찌 살라고

햇빛은 /  저리도 눈부신지!

 

- 병상 일기

목이 아파    자다 말고 일어난 밤    한 잔의 레몬차를 마시며    약은 먹기 싫다며    혼잣말하는데    예쁜 빛깔의 약이    나를 향해 눈을 흘기네    친구 수녀가 내 방에 들어오더니    피곤하다고 눕지만 말고    제발 좀 걸어 다니세요    누우면 죽고    걸어야 살아요    네네 알겠어요!    건성으로 대답만 할 뿐    옆에서 아무리    핀잔을 주고 충고를 해도    나는  자꾸 눕고만 싶으니    어쩌지?  정말 어쩌지?    단 것을 절제하라는    의사의 충고도 무시하고    초콜릿 하나 살짝 챙겨 먹고    쑥스럽게 웃는 나    이렇게 말 안 듣는 내가     스스로 한심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하나    변명할 궁리를 하며    웃음만 나오는    어느 날의 병실에서........

 

- 꽃잎 한 장 처럼

살아갈수록    나에겐    사람들이    어여쁘게    사랑으로    걸어오네

아픈 삶의 무게를    등에 지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으며 걸어오는    그들의 얼굴을 때로는    선뜻 마주할 수 없어    모르는 체    숨고 싶은 순간들이 있네

늦은 봄날 무심히 지는    꽃잎 한 장의 무게로    꽃잎 한장의 기도로    나를 잠 못 들게 하는    사랑하는 사람들

오랫동안 알고 지내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그들의 이름을    꽃잎으로 포개어    나는 들고 가리라    천국에까지

 

- 하느님    오늘은 몸이 많이 아프니    기도가 잘 안 되지만    되는 대로 말씀드려 봅니다    앞으로의  남은 날들이    어느 날부턴가 누군가에게    짐이 될 거라 생각하면    종일토록 우울합니다    살아 있는 동안은    스스로 사물을 분간하여    내 손으로 밥을 먹고    내 발로 걸어 다니는 것을    꼭 허락해 주세요........ < 이기적인 기 >

- 얼마나 더 사랑해야    웃어볼 수 있을까    얼마나 더 인내해야    내가 될 수 있을까    얼마나 더 겸손해야    떳떳할 수 있을까    수도원에서    반세기를 살며 고민했어도    시원한 답이 없네......... < 수도원 일기 1 >

 

- 어떤 일기

어떤 일로    마음 속에    화가 머물러    살짝 균형이    깨졌을 때도   
온몸이    몹시    가렵거나    쓰라린 통증으로    집중이 안 될 때도    무어라고 중얼중얼    푸념하기보단    나는 그냥    웃어보기로 한다
살아 있기에    아프기도 한 거야    다 지나갈 거니    조금만 더 참아보자 
스스로를    가만히 다독이면서    평화를 부르니    아파도 슬퍼도    어느새 슬며시    반가운 얼굴로    평화가 온다       

 

- 원치 않는 저의 모습을 마주하게 될 적 마다 잠시 우울해지곤 합니다. 자신의 아픔에 빠져 있느라 다른 이의 더 큰 아픔은 눈에 들어오질 않고 그를 깊이 이해하려 들지 않은 순간들이 문득 생각나기 때문입니다.

- 가벼운 농담일망정  '나는 전번에 이리저리 도와주었는데 저들은 이렇게 하는구나!'  하는 소리를 한 마디라도 입 밖으로 내뱉어서는 안된다.  <정약용이 아들에게 경고하는말 >

남이 잘 한 것에 대해서는 '덕분입니다' 하고,  내가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제 탓입니다' 하고, 선한 일을 했을 때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따름이지요' 하는 그런 마음으로 다산 정약용의 말을 명심하고 실천하는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 하루하루가 하나의 꽃밭이 되게 하려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향기로운 웃음을 꽃피우려면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깊은 인내와 강한 의지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살아갈수록 더욱 알게 됩니다. 

- 얼마전 갑자기 왼발에 급성으로 통풍이 와서 얼마나 아프던지 걷는 것도 불편하고 아무 일도 집중할 수 없는 안타까움에 울 뻔했는데, 육신의 고통을 마주한 인간의 무력함을 다시 한번 깨우친 시간이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아플 적엔 어떤 악기보다도 피아노로 연주된 음악들이 위로가 되어 지금도 자주 듣는 편입니다.

- 아직 하고 싶은 일도 많고    보고 싶은 이들도 많은데    이리 빨리  떠나오게 될 줄 몰랐지요.....   내 하고 싶은 많은 말들    다 못 하고 떠나왔으나    그래도 이 말만은 꼭 하고 싶어요 
삶의 정원을    순간마다 충실히 가꾸라는 것    다른 사람의 말을 새겨듣고    웬만한 일은 다 용서할 수 있는    넓은 사랑을 키워가라는 것   
활활 타오르는 뜨거움은 아니라도 좋아요    그저 물과 같이 담백하고 은근한 우정을    세상에 사는 동안 잘 가꾸려 애쓰다 보면    어느새 큰 사랑이 된다는 것    오늘도 잊지 마세요..........< 어떤 죽은 이의 말 >

 

-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 것보다 그것들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때 우리는 진정한 부자가 된다.

- 이젠 당신보다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나는 참 이기적이지요?  ....... < 용서의 꽃

 

- 길 위에서

오늘 하루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없어서는 아니 될    하나의    길이 된다 
내게 잠시    환한 불 밝혀주는    사랑의 말들도    다른 이를 통해    내 안에 들어와    고드름으로 얼어붙는 슬픔도  
일을 하다 겪게 되는    사소한 갈등과 고민    설명할 수 없는 오해도 
살아갈수록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나 자신에 대한 무력감도
내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오늘도 몇 번이고    고개 끄덕이면서    빛을  그리워하는 나
어두울수록    눈물 날수록    나는 더    걸음을 빨리한다

 

- 정말로 간절한 기도가 필요할 땐 말보다 눈물이 먼저 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 마음은 소녀 같은데 어느덧 70대 중반에 이른 지금의 은은한 평화와 담백한 평상심이 참 좋습니다. 세월이 주는 선물이겠지요?

- 나의 기도 시간은 온통 이런저런 즐거운 궁리들로 가득하다. 그래그래. 행복은 이렇게 누구를 기쁘게 해줄 궁리를 하는 데서 빚어지는 열매인 거야. 더 많이 궁리해보자. 더 많이 감사하고 기뻐하자.

- 비가 와서 그런지 병원엔 비교적 환자들이 없고 한산했다.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는데 문득 외로움 한 조각이 스며들었지만...... 밝게 웃으며 맞이하였지.

- 오랜만에 창을 흔드는 바람 소리가 좋았지.
아침에 일어나기 정말 힘들었으나 겨우 추스르고 일정을 소화하니 몸은 힘들어도 마음엔 기쁨이 일렁이네. 앞으로도 사이좋게, 선하게 내 몸과의 싸움을 잘해야 정신이 이길 수 있을 것 같다.
나이 든다는 것은 --- 결국 망가진 몸을 힘들어하며 우울에 빠지기 쉬우니 마음 관리를 잘해야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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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소녀를 자칭하던 한 때... '민들레의 영토'를 내 삶의 일부분처럼 간직하며, 이해인 이름도 참 이쁘다... 하며 애정을 담았던 시절이 있었다.  뭐가 그리 바빴는지 한참을 잊고 지내왔던 그 분의 책이 문득 눈에 들어와서 참 반가운 마음으로 펼쳐보았다.    

여전히 소녀다운 감성 가득한 시들을 만날 수 있어 기뻤지만, 세월은 너무 솔직해서... 통증으로 아파하며 이겨내며 맞아들이며 함께하는 담담한 모습을 접하니 마음이 아리면서도 참 인간적인 모습에 가만히 응원을 해 본다.

아플 땐 피아노 연주를 들으신다니... 반가웠다. 나도 힘들 때 지칠 때 영혼을 어루만져 주는 듯한 영롱한 피아노 소리에서 위로를 찾곤 하는데...ㅎ 

오늘은 내 남은 생애의 첫날이니... '햇빛향기' 한가득 가슴에 품으며 '살아있는 기쁨'을 온몸으로 만끽하며 '숨을 쉬는 희망'을 찾으면서 감사하게 걸어다녀 보리라!  처음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