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33권 [죽음 1. 2.]
베르나르 베르베르 /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2019.
* 책을 읽으며 내 맘에 파장을 일으켰던 말들과 느낌들을 주로 적어본다~~
소설 [개미]로 유명한 저자는 일곱 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쓴 '프랑스 천재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베르베르 자신과 상당히 닮은 캐릭터인 가브리엘 웰즈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장편소설이다. 타고난 이야기꾼인 웰즈는 범죄학, 생물학, 심령술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은 작가고, 장르문학을 하위 문학으로 취급하는 프랑스 평론가들보다는 대중의 지지를 받는 인기 작가였다. 그러나 자신의 방에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고 떠돌이 영혼이 된 그는 영매의 도움을 받아 자신이 왜 죽었는지를 파헤쳐 가면서......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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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권 >
- '당신은 인간이 죽으면 영혼의 90퍼센트가 환생하고 나머지 10퍼센트가 소위 떠돌이 영혼이 된다고 했어요. 그리고 떠돌이 영혼의 범주에 자살자들과 과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포함된다고 했죠.'... ' 사실은 그 반대예요' ....' 그 반대가 더 논리적이죠. 이유는 지극히 단순해요. 당신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육신의 집>과 자신이라는 사람에 대해 쌓아 올린 신화에 향수를 느끼기 때문이죠. <우리는 스스로 만든 자신의 신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라는 말로 간단히 설명할 수 있을 거예요. 누구나 자기 과거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그걸 단박에 포기하고 새로운 삶을 다시 시작할 수가 없는 거예요. 새로운 삶이 과거의 삶만큼 흥미진진하지 못하리라고 지레짐작하니까.'
- 영혼이 머무르고 싶게 만들려면 육체를 잘 보살펴야 한다.
- 사람은 어릴 때 받은 사랑만큼 사랑할 수 있는거라고 말했어요. 우리가 어릴 때 부모한테 받은 뽀뽀가 마치 포커 칩과 같아서, 어른이 되어 사랑이라는 포커 게임을 할 때 그걸 쓸 수 있다고 했어요. 어릴 때 받은 포커 칩이 많을수록 게임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자신은 어머니에게서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그걸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다고.
- 영혼은 저마다 자유 의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절대 그의 의사에 반해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말했죠. 영혼들은 미지에 대한 공포가 크고 진화에 대한 욕구도 억눌려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어요. 내가 어떤 영혼에게 환생을 권하는 것은 그에게 자신을 규정했던 일체의 것을 포기하고 <다른 곳에서, 다른 식으로, 다른 것>이 되라고 하는 얘기라고 했어요. 그의 얘기를 들으며 나는 겸허해져야겠다고 생각했죠. 절대 판단하지 말고 영혼들의 자유의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겠다는 교훈을 얻었죠.
- 세상이 당신을 미워하고 해치려 한다고 믿는 게 파라노이아라면, 프로노이아는 우주와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당신의 행복을 위해 비밀리에 결탁하고 있다고 믿는 거예요.
- 살아있다는 건 중력의 법칙에 따라 땅에 붙어 존재한다는 뜻이다. 인간은 바닥에 붙어 움직이는 무거운 동물이지만, 이제 그는 공중에 떠 있는 가벼운 존재가 되었다.
- 어떤 장애라도 장점이 될 수 있단다. 어떤 실수라도 감당할 수 있기만 하면 예술적 선택으로 바뀔 수 있단다.
- 사랑은 지능에 대한 상상력의 승리고, 결혼은 경험에 대한 기대감의 승리다.
- 가브리엘은 자격을 갖춘 유일한 평론가는 시간뿐이라고 생각했어요.... 졸작들이 사라지고 걸작들만 남게 하는 건 결국 시간의 일이죠.
- 죽음은 무조건 부정적인 것과 연결짓고 출생은 긍정적인 것으로 여기지. 하지만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정반대야. 죽음은 우리를 모든 육신의 고통에서 해방해 주는 거니까. 우리는 순수한 영혼이 되지. 가벼워지는 거야. 반대로 곰곰이 다져 보면 태어나는 게 그리 좋은 건 아니야. 정신의 가족을 떠나 네가 전혀 모르는 낯선 사람들이 모인 육신의 가족에 안착하는 일이니까. 태어나서 한참 동안은 혼자 일어서지도 말하지도 못하잖니. 옷을 입고 음식을 먹고 이동하기 위해 부모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어. 그렇게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부모가 너를 세뇌하거나, 네가 그들의 몽매함을 문제 삼으면 매질을 서슴지 않는 외골수 광신주의자가 아니라는 보장이 없지. 네가 정신적 이유로 거부하는 붉은 고기와 술을 억지로 먹이려는 부모를 만날 수도 있어. 그러면 너는 직관적으로 유해하다고 느끼면서도 억지로 먹을 수밖에 없지. 너를 사랑하는 부모 밑에서 태어나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어. 태어나 최소한 13년 동안은 가족과 선생님, 친구들에 의해 네 정신적 틀이 형성되니까.
- 우리 흔적을 시간 속에서 연장시킬 수 있는 방법은 사랑과 예술 두 가지뿐이다.
< 2권 >
- 제가 인정하는 비평가는 단 하나뿐이에요. 바로 시간이죠. 작품에 진정한 가치를 부여하는 건 시간이에요. 고만고만한 작가들을 사라지게 하고 혁신적인 작가들만 영원히 살아남게 만드는 건 시간이라는 비평가가 지닌 힘이죠.
- 우리가 지켜야 하는 건 바로 문학의 다양성이에요. 그 자체로 나쁜 문학 장르가 있는게 아니라, 장르마다 좋은 책과 나쁜 책이 따로 있을 뿐이에요.
- 위정자들은 점성가나 영매를 공식적으로 곁에 두는 경우가 많아. 자신들의 두뇌만으로는 효율적인 통치가 어렵다는 걸 깨닫기 때문이지. 정상의 자리에 오르면 누구나 필연적으로 가시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비가시 세계의 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더라.
- 살아있음에 감사합니다. 육신을 가진 것에 감사합니다. 오늘도 존재의 행운을 누릴 수 있는 만큼 이에 부끄럽지 않은 하루를 살게 되기를 소망합니다.
- 글쓰기가 나를 구원한다. 이 순간이야말로 내가 진정한 나로서 존재하는 유일한 순간이다. 오직 이 공간에서 만큼은 사건을 뒤따라가는 게 아니라, 내가, 그것들을 창조해 낸다.
- 사람들을 구하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으면 그건 대단한 오만이에요. 그러니까 당신들이 닿을 수 없는 세상의 섭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소꿉놀이하듯 사소한 정의를 구현하려는 짓은 이제 그만둬요. 인간은 자신의 어두운 면과 맞부닥뜨려 봐야 비로소 그것에서 벗어날 수 있어요.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질러 봐야 고칠 수 있는 거예요. 단시간에 변혁을 이루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작은 변화와 성과를 소중히 여겨요. 진화는 덜컹거리고 요동치면서 서서히 이루어지는 거니까.
- 물건에 제 2의 삶을 불어넣는 이런 긴쓰기 방식에는, 비극을 겪는 과정에서 부서졌다 회복된 인간이, 삶의 풍파를 전혀 모르는 온전한 인간보다 훨씬 매력 있다는 생각 또한 담겨 있다. 긴쓰기(깨진 물건 고쳐 더 좋게 만드는 행위, 금으로 이음, 일본어)
- '어릴 때는 걷지도 못하죠, 밍밍한 이유식을 먹으면서 몸에 작은 옷을 입어야하죠, 이따금 볼기도 맞아야 하죠,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의 세계관을 강요하는 부모 밑에서 자라야 하죠, 학교 성적은 바닥이고 쉬는 시간에는 애들이랑 치고 받고......' '그래야 반항심이 생기는 거야. 그게 결국 자네 작품의 자양분이 되는 거고. 어린 시절을 너무 쉽게 보내면 비판적 사고가 나올 수 없네!'
- '죽을 때 삶에서 배운 걸 모두 기억해야 한다. 이 정도만 이야기해 줄 수 있어요.' ..... ' 당신은 뭘 배웠는데요?'
가브리엘이 회상에 잠겨 읊조리듯 말한다.
첫째, 인간의 삶은 짧기 때문에 매 순간을 자신에게 이롭게 쓸 필요가 있다.
둘째, 뿌린 대로 거두는 법이다. 남들이 우리에게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결국 선택은 우리 스스로 하는 것이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 또한 우리가 지는 것이다.
셋째, 실패해도 괜찮다. 실패는 도리어 우리를 완성시킨다. 실패할 때마다 뭔가를 배우기 때문이다.
넷째, 다른 사람에게 우리를 대신 사랑해 달라고 할 수는 없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은 각자의 몫이다.
다섯째, 만물은 변화하고 움직인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물건이든 억지로 잡아 두거나 움직임을 가로막아선 안 된다.
여섯째, 지금 갖고 있지 않은 것을 가지려 하기보다 지금 가진 것을 소중히 여길 줄 알아야 한다. 모든 삶은 유일무이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완벽하다. 비교하지 말고 오직 이 삶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 애써야 한다.
- 지금까지 그를 사로잡았던 생각과는 다른 생각이 머릿속을 꿈틀거린다. <나는 왜 죽었지?>가 아니라, 보다 근원적이고 신비로운 질문이 그에게 말을 걸어온다. <나는 왜 태어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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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음은 결국 삶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 지난 뒤에 되돌아봤을 때는 모든 것이 소중하고 아쉬울 것이다. 그것을 삶의 매순간 알아차릴수는 없는 것이 인간의 무지이다. 다행이 상상력이란 것이 있어 소설을 통해서든 영화를 통해서든 대리 경험을 해 볼 수 있으니, 고마운 일이다.
작가 또한 나쁜 장르는 없으며 문학장르는 다양해야 한다고, 진짜 비평가는 시간이라고 수 차례 강조한다. 그만큼 잘 살기 위해 삶과 문학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것이고 그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것 아닌가.
육신을 가지고 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지금 이 순간 최대한 정신 차리고 값지게 살아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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