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1000권 읽기

19권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가네샤7 2022. 7. 23. 09:55

19권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 책을 읽으며 내 맘에 파장을 일으켰던 말들과 느낌들을 주로 적어본다~~

19권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 임호경 옮김 <열린책들> 2021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이후 연 이은 소설들로 베스트셀러 작가된 저자는 다섯 번째 이 소설에서도 <요나손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한 복수극과 물고 물리는 그림 쟁탈전을 통해 현대 사회에 대한 유머러스한 통찰을 보여준다. 현재 스웨덴의 섬 고틀란드에 정착해 가족과 함께 닭을 키우며 목가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옮긴이는 저자의 문학 키워드로 <웃음>과 <자유>를 꼽았다.  폐부 깊은 곳에서 수십년 묵은 찌꺼기까지 올라오게 하는 짜릿한 웃음 그리고 조금은 우연하고 어처구니 없는 일들의 연속과 그 일들이 꽉 짜일 필연성이 없어도 되는 자유로움. 그런 역설적인 것에 가치를 매겼다.   

.

 

- 일반적으로 사자들은 뛰어난 사색가가 아니다. 녀석들은 생각보다는 본능에 따라 움직인다. 예를 들어 지금 녀석들의 본능은 저 나무 위에 있는 생명체가 가족 절반의 배를 채울 수 있는 식량이라고 말해 주었다. 녀석들은 뛰어난 사색가가 아닐뿐더러 나무 타기 실력도 형편없다. 근처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다가 너무 오래 기다린 탓에 자기가 무얼 기다리는지 잊어버리고 떠나가는 표범과는 달리 말이다. 

나무위의 생명체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침 해가 떠오르자 암사자들은 소득없이 밤을 보낸 것에 언짢아진 기분으로 그곳을 떠났다. 이제 무리로 돌아가 배고픔과 더위를 잊기 위해 어느 나무 그늘에서 잠을 청해야 할 때였다. 만일 한 녀석이 새끼 사자들과 수사자를 데리고 오는 동안 다른 녀석이 맛있는 냄새를 솔솔 풍기는 생명체를 품은 아까시 나무 밑에서 버티고 있으면, 음식이 저절로 코 아래로 떨어질 거라는 사실을 어느 녀석도 알지 못했다. 룸서비스를 즐길 기회를 놓친 것이다.

절대로 잠이 들어서는 안 되는 케빈은 사자들이 사라지자마자 긴장이 풀렸다. 깜빡 잠이 든 그는 나무를 타고 스르르 마끄러져서는 둔중한 소리와 함께 땅에 떨어졌다.

 

- 이제 브로만은 죽었기 때문에 그가 개인적으로 복수할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아직도 숨을 쉬며 주위에 독을 뿌리고 있는 다른 브로만들이 수없이 많지 않은가. 그들이 얼마나 큰 수익을 가져다줄지 누가 알겠는가.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회사 이름은 이렇게  붙일 거였다. 후고는 선전 문구를 다듬는 작업에 들어갔다.

누군가에게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법을 어기지 않고 복수할 필요가 있으십니까. 우리가 해결해 드립니다. 시간당 1천2백크로나! 우리가 고객의 명예 보호를 위해 입을 다물 필요가 없다면, 전 세계 수천 명의 만족하신 고객이 우리의 퀄리티를 보증해 드릴 것입니다.

 

- 첫 고객들과 곧 고객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과 접촉하면서, 후고는 합법성의 정도는 고객들의 관심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애초의 생각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작업한다는 거였지만, 이것은 그의 창의성을 제한하고 더 많은 정신적 노력을 요구했다. 시간은 돈인데 말이다. 

아주 거칠게 말하자면, 합법성은 효율이 떨어지고  비용이 많이 드는 원칙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해결책은 후고가 그의 윤리적 나침반을 조정하는 거였다. 대략 말하자면, 불법적이지만 합리적인 방향을 취해야 할 거였다. 엿 같은 짓을 시작한 자에게는 같은 양의 엿을 먹여야 했다.

 

- 올레 음바티안은 사라진 아들에게서 온 편지를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았다. 두 번이나 꼼꼼히 읽고 난 그는 춤판을 중지시키고는 두 아내와 여덟 딸에게 지금 자신의 모든 것인 아이로부터 편지를 받았노라고 알렸다.

뭐라고? 자기의 모든 것인 아이라고? 이 말에 딸 중에서 둘은 울음을 터뜨렸고, 다른 셋도 곧 울음바다에 합류했으며, 아내 하나는 자리를 박차고 나가 버렸고, 다른 하나는 긴 장광설에 들어갔다.

'당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한 번 보라고, 이 멍청한 인간아!'

여자들에게는 올레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뭔가가 있었다. 케빈은 신이 중개자 없이 하늘에서 그의 발밑으로 직접 내려 주신 아들인 것이다. 마사이가 무엇인지 아무것도 몰랐음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마사이가 될 뻔했던 아이를 말이다. 

사바나에서 태어난지 단 3년 만에 케빈은 눈싸움으로 사자를 제압하는 기술을 마스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물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녀석을 향해 똑같은 속도로 똑바로 걸어가야 했다.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는 기색을 보이면 안 되었다. 이쯤되면 머릿속에 머뭇거림이 이는 것은 오히려 사자 쪽이었다. 마치 <슈카>가 <난 마사이다. 배짱이 있으면 한번 덤벼봐!>라고 사자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 체중 2백 킬로그램의 수컷에겐 그런 배짱이 없었다. 녀석은 체크무늬 천에 감싸여 다가오는 몸뚱이는 골칫거리라는 지식을 조상으로부터 물려 받은 것이다.

 

- '어르신은 해외로 여행을 하셔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여권이 있어야 하고요.'

'항상 그 빌어먹을 여권 얘기뿐이로군.'

윌슨은 ... (여권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자신이 케냐인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난 마사이야' 올레 음바티안은 말했다.

'동시에 케냐인이기도 하죠. 그리고 내 진술서와 직인이 어르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해 줄 거예요.'

'하지만 나는 여기 이렇게 멀쩡히 서 있잖아?'

수 세기 동안 마사이족은 현재의 케냐와 탄자니아 사이의 국경을 신분증이나 보이지 않는 경계선 같은 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지나다녔다. 또 양쪽의 경찰들은 그들에게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라고 감히 요구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올레에게는 자신이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에 대해 윌슨과 입씨름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좋아. 그 여권인지 뭔지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라면 발급받으리라. 

 

- 감사의 마음으로 가득한 접수원은 그가 스웨덴에 가서 누구를 만나게 될 것이며, 그가 묵고자 하는 곳의 주소를 알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그녀는 음바티안 씨의 항공권을, 특히 돌아오는 항공권을 보고 싶단다.

올레는 고개를 저었다. 난 치유사지 점쟁이가 아니오. 자기가 다음에 누굴 만나게 되고, 어느 하늘 아래에서 자게 될지 아는 사람이 세상천지에 누가 있겠소? 또 항공권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금시초문인데, 그렇게 놀랄 일이 아니오. 지금까지 모든게 그렇게 어려웠는데, 비자라고 예외겠소?

 

- 공항에 도착한 올레는 모든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그녀의 양 볼과 이마에 입을 맞추고는 보안 구역에 들어섰다.

그리고 등에 맨 창과 허리에 찬 칼을 곧바로 압수당했다.

'아니, 왜 이러는 것이오?' 마사이가 항의했다.

'이것들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보안 요원이 설명했다.

'그렇지 않다면 내가 왜 이걸 가지고 다니겠소?'

정말이지 집에서 멀어질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이상해지고 있었다. 이 올레 음바티안은 무기 없이는 단 1미터도 움직일수 없는 사람이거늘! 

 

- 나이로비 공항의 에스컬레이터와 처음 대면했을 때, 올레 음바티안은 자기가 바랐던 게 아니라고 해서 혹은 자기에게 익숙한 게 아니라고 해서 모든 것에 불평하는 일은 이제 그만하기로 마음먹었다.

생각해 보라! 당신을 대신하여 한쪽 방향으로 걸어가 주고, 다른 방향으로는 아무리 걸어도 제자리에 서 있게 되는 계단이라니! 올레는 두 번째 것을 자신이 진료실로 사용하는 오두막 바깥에 설치해 놓는다는 행복한 상상에 잠겼다. 

 

- 최근까지 후고는 서로를 해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이용하여 돈을 번다는, 아주 기막힌 비즈니스 콘셉트를 기반으로 회사를 경영해 왔다. 백 사람 중에서 백 명은 이따금 어떤 부당한 일의 피해자가 된다. 백 사람 중에서 50명은 그 부당한 일을 되돌려주고 싶어 한다. 그들 중 열 명은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능력이 있다. 이들  열 명 중에서 한 명만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나선다면, 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앞에는 계산할 수 없을 정도의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다.

 

- 올레 음바티안은 자신을 근본적으로 평화로운 사람으로 여기고 있었다. 이 때문에 그는 미술품 거래인이자 도둑놈인 자에게 타협적인 어조를 사용했던 것이다. 그는 서양 의사들처럼 사람들을 망가뜨리기보다는 고쳐 주는 것을 선호했다. 그렇다고 해서 지켜야 할 히포크라스 선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그의 자부심 때문이었다. 그는 결정을 내리고 테이블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여러분께 죄송하지만, 나와 내 곤봉이 할 일이 좀 있소. 금방 돌아오리다.'........

 '제발 올레! 멈춰요! 거리 한복판에서 알데르헤임에게 몽둥이질을 할 수는 없다고요!'

'왜 안 되지?'

'왜냐하면 스웨덴에서 제일 큰 경찰서가 70미터 떨어진 곳에 있으니까요.'

치유사는 곤봉을 아래로 내렸다. 지금 광고맨이 한 말은 그냥 무시해 버리기에는 너무 옳은 소리였다. 그는 이미 스웨덴에서 경찰과 두 번이나 얽혔고, 잘못하면 다시 한 번 얽힐 수 있었다. 따끔하게 혼내 주는 일은 잠시 보류해도 되리라.

 

- 쇼스타코비치는 아직 희망을 품을 이유가 있는 사람만이 절망감을 느낀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 후고의 심정이 바로 그거였다. 

 

- 셀은 최선을 다하겠노라고 약속하고는 자기가 어떻게 도와주면 좋겠냐고 물었다.

'무슨 일이냐면요, 지금 난(케빈) 죽어 있어요(서류상..). 나를 다시 살려주실 수 있나요?'

셀이 대답하기를, 이런 종류의 업무를 가장 잘 처리할 수 있는 분은 예수님이지만요, 요 근래 이 근처에서 그분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

 

- 이제는 심지어 염소 치기들까지도 스마트폰에 코를 박고 걸어 다니며, 이것은 그렇게 퇴보하려고 노력해 온 이빨 없는 추장이 최근까지 다스려 온 골짜기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다양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에 빠진 나라들의 평균 지능은 지난 20년 동안 상당히 나빠졌다고 한다. 이런 부작용은 사바나의 염소 치기들에게도 관찰되는 바, 야생 동물에게 살해되는 염소 수가 연간 두 마리에서 무려 아흔여섯 마리로 증가한 것이다. 한 눈으로는 물소나 코뿔소가 오는지를 살피고, 또 한 눈으로는 '왕좌의 게임'을 시청하면서 염소들을 지키기란 물론 불가능한 일이다.

 

 

.

.

 

 

; 엉뚱하지만 기발한 상상력,  심각한 듯 심각하지 않아 차라리 피식 웃게 되면서도 공감이 가는 작가 특유의 서사와 웃음 코드 그리고 메시지... 그중 일부를 소개해 보았다.

폐부 깊은 곳에서 수십년 묵은 찌꺼기까지 올라오게 하는 정도의 짜릿한 웃음은 아니었지만,,,,   세상은 완전히 순수하지 못하며 어느 정도는 악하고 모순되고 우스꽝스럽기까지 하며, 이것이 저자가 보는 세상의 본질적인 시각이고, 그래서 이 작품이 섣부르거나 거짓된 환상을 심어주는 여타 소설들보다 훨씬 더 솔직하고 진실되고 다가온다는 옮긴이의 말에는 한표를 던진다. 

곳곳에서 얽히고 설키지만 어느 지점에서 엉킨 실타래를 풀듯 모든 우연과 우연이 필연적인 만남을 만들어낸다.

꼬이고 꼬였던 이야기가 통했을 때는  마지막 퍼즐 한조각으로  그림이 완성되었을 때와 같은 쾌감, 통쾌함, 자유로워짐을 맛본다. 

오늘은 한 번쯤 거꾸로 또는 타인 또는 제 3의 시선으로 평범한 것들을 뒤집어 보는 상상을 하며 아무도 모르게 씩 웃어보리라.

'도전!!! 1000권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권 [여행의 이유]  (0) 2022.07.27
20권 [햇빛은 찬란하고 인생은 귀하니까요]  (0) 2022.07.24
18권! [운의 속성]  (0) 2022.07.18
17권! [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0) 2022.07.17
16권! [소마]  (0) 2022.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