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권! [일리아스]
* 책을 읽으며 내 맘에 파장을 일으켰던 말들과 느낌들을 주로 적어본다~~
6권 [일리아스] 호메로스 / 천병희 옮김 <도서출판 숲>
그리스의 시성 호메로스의 생애에 관해서는 확실히 알려진 것이 없다고 하지만... 이 책은 그리스 문화의 원형이자 서양정신의 출발점인 호메로스의 대표작이며 그리스 문학이 전하는 가장 오래된 작품이자 유럽 문학의 효시라고 한다. 신의 뜻에 따라 트로이 전쟁을 수행하는 그리스군과 트로이군의 비극적인 운명, 전쟁과 죽음과 삶에 대한 인간의 통찰을 방대하게 담고 있다.
- 아킬레우스는 사랑하는 전우를 떠올리며 울었고, 모든 것을 정복하는 잠도 그만은 붙잡지 못했다. 누워서 이리저리 뒤척이며 그는 파트로클로스의 남자다움과 고상한 용기를 그리워했다. 아아, 전사들의 전쟁과 고통스러운 파도를 헤치며 그와 더불어 얼마나 많은 일을 해냈고,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던가! 이런 일들을 생각하며 그는 때론 모로 누었다가 때론 바로 누었다가 또 엎드리기도 하면서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러다 그는 벌떡 일어나 바닷가 기슭을 따라 정처없이 거닐었고, 새벽의 여신은 그가 모르게 바다와 해안 위에 나타난 적이 없었다. 그러면 그는 날랜 말들에게 전차 밑에서 멍에를 얹고는 헥토르를 끌고 다니기 위해 전차 뒤에 매달았다. 그러고는 헥토르를 끌고 죽은 파트로클로스의 무덤을 세 번 돌고 나서 다시 막사로 돌아와 쉬었고, 헥토르는 먼지 속에 엎드러져 길게 누워 있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러나 아폴론이 헥토르를 불쌍히 여겨 죽었어도 그의 살을 온갖 손상에서 지켜주었으니, 그는 황금 아이기스로 그의 온몸을 덮어 아킬레우스가 끌고 다녀도 그를 찢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처럼 아킬레우스가 분을 못 이겨 고귀한 헥토르를 욕보이자 축복받은 신들은 헥토르를 불쌍히 여겨 훌륭한 정탐군인 아르고스의 살해자에게 그의 시신을 빼내도록 재촉했다....
(헥토르의 시신을 아버지 프리아모스가 몸값을 주고 아킬레우스에게 받아오기 위해 그를 만난다)
- "신과 같은 아킬레우스여, 그대의 아버지를 생각하시오! 나와 동년배이며 슬픈 노령의 문턱에 접어든 그대 아버지를. 혹시 인근에 사는 주민들이 그분을 괴롭히더라도 그분을 파멸과 재앙에서 구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오. 그래도 그분은 그대가 살아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날이면 날마다 사랑하는 아들이 트로이에서 돌아오는 것을 보게 되기를 고대할 것이오. 하지만 나는 참으로 불행한 사람이오. 드넓은 트로이아에서 나는 가장 훌륭한 아들들을 낳았건만 그중 한 명도 남지 않았으니 말이오....그래서 나는 그 애 때문에, 그대에게서 그 애를 돌려받고자 헤아릴 수 없는 몸값을 가지고 지금 아카이오이족 함선들을 찾아온 것이오. 신을 두려워하고 그대 아버지를 생각해 나를 동정하시오. 나는 그분보다 동정받아 마땅하오. 나는 세상 어떤 사람도 차마 못할 짓을 하고 있지 않소! 내 자식들을 죽인 사람의 얼굴에 손을 내밀고 있으니 말이오..." 이런 말로 노인은 그의 가슴속에 아버지를 위해 통곡하고픈 욕망을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생각에 잠겨 프리아모스는 아킬레우스의 발 앞에 쓰러져 남자를 죽이는 헥토르를 위해 흐느껴 울었고, 아킬레우스는 자신의 아버지를 위해 때로는 파트로클로스를 위해 울었다. 그리하여 그들의 울음소리가 온 집안에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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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내가 어릴 때는 많이 못 읽었지만... 아이들 키우면서 수없이 읽어줬던 만화 '그리스로마신화'가 이 책을 읽고 공감해가는 부분에서 의외로 많은 토대를 제공해 주었다.ㅎ
보기만 해도 살짝 압도되는 책의 볼륨감과 서사적인 표현들, 몰라도 전혀 현실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을 것 같은 이야기들 때문에 정신없이 살아갈 때는 눈길도 주지 않았던 책이었지만...... 조금은 살만큼 살았고 독서 한번 제대로 해보자라고 맘 먹자 여기저기에서 권장책 리스트에 반드시 등장하는 이 책을 무시할 수 없었기에 용기내어 펼쳐봤다!!!
일단 가장 먼저 드는 감상은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기신 천병희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었다. 최초의 서사시라 불릴만큼 엄청나게 쏟아지는 서사의 꼬이고 꼬이는 글들은 어떻게 이렇게 정연하게 장대하게 인내심있게 옮길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이다. 한때 번역해본다고 껄떡대던 시절이 있었기에... 이분은 분명 번역의 장인, 달인임에 틀림없을 것이라고 감히 인정하고 싶다.
그리고 드는 생각.... 신들간의 관계도 인간들간의 관계와 별반 다르지 않구나 하는... 안도감.
그리고 문득 촉 또는 순간적인 직감으로 어떤 결정을 내리거나 행동을 저질렀을 때... 바로 그때 내 머리위에서 또는 내 등뒤에서 어떤 신이 나를 툭 건드려 그런 행동으로 이끌지는 않았을까 하는 비현실적인 상상으로 허공을 한번 둘러보게 되는... 그래서 좀 의지가 되는 신이 나를 수호해주었으면 좋겠다는 허무맹랑한 기대감...ㅎㅎ
결론은 처음엔 좀 막연했으나, 읽다보니 갈수록 재미있었다는 그래서 이어지는 오뒷세이아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의지가 생겼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