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 1000권 읽기

54권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가네샤7 2022. 9. 17. 09:37

54권 [셈을 할 줄 아는 까막눈이 여자]

요나스 요나손 /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2014.

* 책을 읽으며 내 맘에 파장을 일으켰던 말들과 느낌들을 주로 적어본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이후 연 이은 소설들로 베스트셀러 작가된 저자는 현재 스웨덴의 섬 고틀란드에 정착해 가족과 함께 닭을 키우며 목가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저자의 두 번째 소설로, 다섯 살 때부터 분뇨통을 날라야 했던 까막눈이 소녀 놈베코가 어찌어찌하다 비밀 연구소에서 탄생한 3메가톤급 핵폭탄을 떠안게 되면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모험담을 담았다. 이 모든 시작은 빈민촌의 여느 까막눈과 달리 그녀는 셈을 할 줄 아는 능력, 즉 수에 대한 감각과 세상만사를 영리하게 따져보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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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계학적으로 말하자면, 1960년대 소웨토에서 태어난 까막눈이 여자가 자라나서, 어느 날 감자트럭에서 스웨덴 국왕과 수상을 만나게 될 확률은 45,766,212,810분의 1이다. 이는 위에서 말한 까막눈이 여자의 계산에 의한 것이다.

- 멍청함과 천재성의 차이는 천재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익명인

- '이런 제기랄! 아무리 그래도 열두 살 먹은 계집애를 공동변소 관리소장으로 임명할 수는 없는 일 아뇨?' 피트 뒤토잇이 버럭 소리쳤다. '열네 살이에요' 여자아이가 끼어들었다. '그리고 경력이 9년이나 된다고요.' 

- 소웨토 B섹터의 공동변소 신임 관리소장은 한 번도 학교에 가본 적이 없었다.... 무엇보다도 놈베코가 불운하게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태어난 이유가 컸다. 그것도 1960년대, 그러니까 정치 지도자들이 놈베코 같은 아이들을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정도로 여기던 시대에 태어났으니 설상가상이었다. 당시의 수상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 걸로 유명하다. < 왜 까만 사람들이 학교에 다녀야 합니까? 기껏해야 땔감이나 물을 나르는 사람들 아닌가요? >  이 경우에 있어서는 그의 말이 틀렸다. 왜냐하면 놈베코가 나른 것은 땔감도 물도 아니요, 똥이었기 때문이다.

- 까막눈이 놈베코는 이 아리송한 이름의 단체들이 어떻게 되었다는 건지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어쨌든 그 결과가 '변화' 인 것은 확실해 보였다. '변화',  그것은 '음식'과 함께 그녀가 알게 된 가장 멋진 단어였다.

- 놈베코는 < 어디론가 떠난다 >는 말이 달콤하게 느껴졌다. 그곳이 어디든 상관없을 것 같았다.

- 엔지니어는 그녀가 대출해온 책들을 정말로 읽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정말로 신기한 일이었다. 독서는 이 나라의 까막눈이들의 가장 뚜렷한 특징이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고나서 엔지니어는 대체 그녀가 무얼 읽는지 알아보았다. 안 읽는게 없었다. 수학, 화학, 전자공학, 금속학 등과 관련한 극히 전문적인 서적들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어느날 그는 그녀가 걸레질은 하지 않고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는 걸 현장에서 적발했는데, 소녀가 새카맣게 적힌 수학 공식들 앞에서 빙그레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고는 아연실색했다.

- 인간을 알면 알수록 난 더욱 개들을 사랑하게 된다. .... 마담 드 스타엘

- 잉마르는 한 사람이 태어나자마자 한 나라 전체의 공식 지도자가 되도록 운명 지어진다는 사실에 몸서리를 쳤다. 어떻게 그런 끔찍한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아이가 사전에 결정된 가치 체계 속에, 스스로를 방어할 기회도 없이, 영원히 갇혀버린다는 것은 얼마나 큰 비극인가? 이거야말로 아동학대가 아닐 수 없다...... 항상 서두르는 경향이 있는 잉마르에게 있어서 홀예르를 학교에 보내야 하는 법적 의무는 큰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아이는 읽기와 쓰기를 배워야 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기독교적 가르침이며 지리며 기타 쓸데없는 것들을 부과한다는 것은 진정한 교육에 바쳐져야 할 귀중한 시간을 갉아먹을 뿐이었다. 진정한 교육, 다시 말해서 국왕은 폐위되고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표자로 대체되어야 한다(가능하다면 민주적인 방식으로)는 것을 아들에게 가르치기 위해 가정에서 행해져야할 그 중요한 교육 말이다. 

- 현재란? 희망의 왕국과 실망의 영토가 갈라지는 영원의 그 부분. ....... 앰브로스 비어스

- 놈베코는 입을 멍하니 벌리고 악수를 나눴다. 세상에! 예절바른 백인 남자라니!  " 난 놈베코예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왔죠. 정치 난민이에요." 
홀예르는 그녀의 처지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 뒤, 스웨덴에 오신 걸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곳이 너무 춥지는 않나요? 만일 원한다면 자기가 창고에 가서 담요 한 장 더 얻어다 줄 수도 있단다.
놈베코는 자기 귀를 의심했다. 불과 몇 초 전에 만나기를 꿈꿨던 그 정상적인 사람이 벌써 나타났단 말인가? 그녀는 너무나도 놀라고 감탄한 나머지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 당신 같은 사람도 존재하는군요!" 
홀예르는 서글픈 눈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 문제는 내가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이죠." ...." 난 존재하지 않아요." 
놈베코는 그를 머리에서 발끝까지 훑어보았다. 아, 참, 난 운도 없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존중할 만한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글쎄 한다는 말이 자긴 존재하지 않는단다. 아, 젠장!

- 삶이 반드시 순탄해야 할 필요는 없다. 그 안에 어떤 알맹이가 들어 있기만 하다면. ..... 리즈 마이트너

- 지금 문제의 폭탄은 불행히도 이 집 앞에 주차되어 있는 트레일러에 실려 있으며, 우리는 이 나라의 수상이 드디어 뭔가를 좀 느끼고 전화를 받아 줄 때까지 어딘가 지낼 장소가 필요해요. 경찰은 우릴 추적해야 할 이유들이 충분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를 않고 있는 상황이에요. 반면 우리는 이 모든 우여곡절 중에 어쩌다가 어떤 나라의 안기부를 약이 바짝 오르게 해버렸어요... 놈베코는 이야기를 마쳤고, 일동은 예르트루드의 결정을 기다렸다. 

- 집에는 공간이 충분했다. 홀예르 1과 셀레스티네는 2층 예르트루드의 침실 옆방을 쓸 수 있었으며, 홀예르 2와 놈베코는 1층 주방의 옆방에 둥지를 틀었다. 이 두 사람을 곧바로 홀예르 1과 셀레스티네와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더 이상의 시위는 없을 것. 궤짝을 어디로 옮기겠다는 생각도 품지 말 것. 다른 말로 해서, 더 이상의 멍청한 짓거리는 없을 것. 그러지 않을 경우, 너희들은 모두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으니까...... 마지막으로 홀예르 2는 자기 형제에게 약속하라고 했다. 앞으로는 사회 전복활동을 벌이지도 않을 것이며, 폭탄을 사용하려 들지도 않겠다고. 홀예르 1은 뿌루퉁한 얼굴이 되어서는, 그럼 너는 하늘나라에서 아빠를 다시 만나게 되면 어떻게 말할 것냐고 물었다. " <내 인생을 망쳐 줘서 아주 고마워요>가 어떨까?" 홀예르 2가 대답했다.

- 네가 말하는데 상대방이 잘 듣지 않는 것 같아도 너무 화를 내지는 마. 그의 귓구멍을 막고 있는 조그만 솜뭉치 하나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니까. ...... 위니 더 푸우

- 오솔길을 걸어 바닷가에 이른 홀예르 2는 부두의 벤치에 앉아 바다를 망연히 바라보았다. 지금 그의 가슴속에 꽉 차 있는 것은....... 아니, 그의 가슴속엔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그저 텅 비어 있었다. 
물론 그에겐 놈베코가 있었고, 이에 대해선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하지만 이것 말고는...... 그에겐 아이도 없고, 삶도 없고, 미래도 없었다. 홀예르 2는 결코 수상을 만날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지금 수상도, 다음 수상도, 이후의 그 어떤 수상도..... 이 폭탄의 유효기간인 26,200년 중에서 이제 26,180년이 남아 있었다. 오차 범위는 세 달이었다. 더 이상 아무것에도 의욕이 없었다. 그냥 부두에 이렇게 앉아 시간이나 죽이고 있는 게 나으리라.... 끔찍하게 암울한 현실이었다. 더 이상 깊을 수 없는 나락이었다
하지만 30분 후, 상황은 더 악화될 거였다.

- "자,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주석님께서는 저의 옛 조국에 있던 그 약간 덜떨어진 엔지니어를 기억하시겠지요? 주석님을 사파리와 만찬에 초대했던 그 사람 말이에요. 그 후로 그는 운이 별로 좋지 못했는데, 그건 오히려 잘 된 일이라 할 수 있고요..... 아무튼 그이는 저와 다른 몇 사람의 도움을 받아 원자폭탄 몇 개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어요. "   
" 나도 알고 있어요.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여섯 개였죠, 아마?" 
" 일곱 개예요. 그는 여러 가지 문제가 많은 사람이었지만, 특히 셈을 못했죠. 그는 일곱 번째 폭탄을 어느 기밀 장소에다 숨겨 놨는데, 그게 그만 분실되고 말았어요. 사실은... 어쩌다 제 짐 속에 들어가 버렸죠. 제가 스웨덴에 올 때 말이에요." 
 "스웨덴이 원폭을 보유하고 있다고요? " 후진타오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 아뇨, 스웨덴이 아니에요. 제가 보유한 거죠. 그리고 전 스웨덴에 있는 거고요. 뭐, 말하자면 그래요." 

- 홀예르 2와 놈베코는 수상과 국왕과 주석에게 감자 트럭 뒤칸으로 올라와 보라고 청했다. 수상은 일 초도 머뭇대지 않았다. 여자의 섬뜩한 주장이 사실인지 반드시 확인해 봐야 했다. 국왕도 그의 뒤를 따랐다. 중국 국가수석은 이것이 스웨덴의 국내문제라고 판단하고는 그냥 왕궁으로 돌아갔지만, 호기심 많은 통역은 그 유명한 원자폭탄을 꼭 한 번 구경하고 싶다며 거기에 남았다. 경호 요원들은 문 앞에서 안절부절 못했다. 국왕폐하와 수상 각하께서 대체 무얼 하러 저 감자 트럭 짐칸에 들어가신단 말인가? 정말이지 이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다.

- 나는 유머 감각을 지닌 광신도는 아직껏 본 적이 없다. .....  아모스 오즈

- 아닌 게 아니라 지금 홀예르 1과 셀레스티네는 국왕을 보면서 극심한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 꼬집어 낼 수는 없었다. 닭 피로 얼룩진 셔츠 때문에? 팔뚝 위로 걷어 올린 저 소매 때문에? 국왕이 식탁 위의 빈 술잔 속에 잠시 넣어 둔 금 커프스단추 때문에? 훈장이 주렁주렁 달린 그 역겨운 예복 재킷이 지금 닭장 벽에 걸려 있다는 사실 때문에? 아니면 단순히 국왕이 닭 세 마리의 모가지를 비틀었다는 사실 때문에? 왕들은 닭 모가지를 비트는 자들이 아니지 않은가? 수상들이 감자를 캔다는(적어도 연미복 차림으로는)  얘기도 들어본 적이 없지만, 무엇보다도 왕들은 닭 모가지를 절대로 비틀지 않는 것이다. 홀예르 1과 셀레스티네가 이 거대한 모순들로 인해 고뇌하고 있을 때, 국왕은 한 술 더 뜨고 있었다.

- 홀예르 1은 오늘 저녁의 일들로 셀레스티네가 마음이 흔들린 것을 이해하며, 사실 자신도 지금 당황스러운 상태라고 털어놓았다. 뿌리를 뽑아야 할 것은 비단 국왕과 군주제만이 아니라, 군주제로 대표되는 모든 것들이란다. 따라서 군주제가 지금 갑자기 다른 것들을 보여 주기 시작하면 곤란하단다. 그런데 아까 국왕이 더러운 욕설을 내뱉는 것을 보지 않았던가?  

- 셀레스티네는 국왕을 불러내어 타협점을 찾아보면 어떻겠느냐고 물었고, 이렇게 말하면서 전에는 <타협>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사용해 본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럼 폭탄을 조금만 터뜨리자는 거야? 아니면 국왕더러 파트타임제로 퇴위하라고 해?"

 - 국왕은 홀예르 1에게 교훈이 될 만한 구스타브 4세 아돌프의 이야기를 들려주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어떤 불행한 일들을 겪었는지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떠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모든 것은 이 구스타브 4세 아돌프의 부친이 왕립 오페라하우스에서 총격을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아버지가 죽어가는 가운데, 아들은 단 2주 동안에 그의 새로운 역할에 적응해야 했다. 하지만 이 기간이 충분치 않았던 것 같다. 게다가 생전에 부왕은 아들에게 스웨덴 국왕은 신으로부터 왕권을 받았으며, 왕과 신은 한 팀을 이뤄 작업한다는 생각을 주입시켰던 터였다.
자신이 신의 보호를 받는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나폴레옹과 차르 알렉산드르를 한꺼번에 쳐부수러 출정하는 것은 화장실 다녀오는 일만큼 간단한 일이었다. 불행히도 프랑스 황제와 러시아 차르 역시 자신들이 신의 보호를 받는다고 믿었고, 그 믿음에 따라 행동했다. 만일 이 세 사람의 생각이 맞았다면, 신은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약속한 셈이었다. 이 상황에서 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실제적인 힘의 관계가 모든 것을 결정하도록 놔두는 것이었다. 

- 이 잔인한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심지어는 고통마저도. ... 찰리 채플린

- 놈베코 커플은 저녁 시간과 주말에는 강연회, 연극 공연, 오페라, 레스토랑 등을 다니며 새로 사귄 친구들과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객관적인 관점에서 볼 때 <정상적>으로 여겨질 수 있는 일들만을 했다. 홀예르 2와 놈베코는 우편함에 들어온 공과금 고지서를 발견할 때마다 너무도 행복했다. 왜냐하면 진정으로 존재하는 이들만이 받을 수 있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 살다보면 때로는 올바른 일을 하는게 불가능할 때가 있더라고요.그런 때는 나쁜 일이나 혹은 조금 덜 나쁜 일을 할 수 있을 뿐이죠. 

- 순수하게 확률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제는 일이 잘 풀릴 가능성이 아주 많았다. 왜냐하면 지금까지는 줄곧 나쁜 일들만 일어났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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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놈베코가 국왕과 수상을 감자트럭에서 만날  4백50억분의 1의 확률을 달성하기 위해 저자는 온갖 상황을 셋팅하고 결국 성공시킨다. 하나같이 '정상적'이지 않은 캐릭터들 속에서 그나마 셈을,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따질 수 있는 셈을 할 줄 하는 주인공이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그들을 설득하고 달래며 삐거덕거리는 상황을 최대한 매끄럽게, 균형있게 조정하기 위해 그녀의 두뇌회로는 한 시도 쉴 틈이 없었다. 

 '멍청함과 천재성의 차이는 천재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라는 1부 첫 글에서 이미 저자의 세계에 빠져들 마음의 문은 열려버렸다. 그럼 멍청함은 한계가 없다는 말, 과연 얼마만큼의 멍청함을 보여 줄건지, 그리고 그 속에서 저자 특유의 유머와 재치는 어떻게 빛을 발할지....

역시 저자다웠다. 어떻게 그런 말도 안되는, 어쩜 말이 될 수도 있는 상황들을 상상해 낼 수 있을까 감탄스러울 정도이며, 요나슨 스타일의  서사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만큼 유쾌하여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평범하게 최대한 정상적으로 존재하며 사는 것이 가장 힘들었던 그들이었지만,  험난한 여정 끝에 결국 정상적인 삶을 찾는다.  찾은 것 같다..ㅎ  매일이 너무 평범하고 특별한 것이 없었던 나의 일상이 오늘 만큼은 감사하게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