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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9권 [기억1. 2]

가네샤7 2022. 8. 10. 06:01

28-29권 [기억1. 2]

베르나르 베르베르 /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2020.

* 책을 읽으며 내 맘에 파장을 일으켰던 말들과 느낌들을 주로 적어본다~~

소설 [개미]로 유명한 저자는 일곱 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쓴 '프랑스 천재 작가'로 알려져 있다. 이 책은 2018년 발표한 장편소설로 '판도라의 상자'라는 이름의 공연장에서 주인공이자 역사 교사인 르네가 최면 공연을 하다가 체험 대상자로 선택되어 전생의 기억을 엿본 뒤...... 변화된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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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권 >

- 하루는 어린 르네가 에밀에게 물었다. "아빠, 이 얘기들을 왜 수업에서는 해주지 않아요?" 에밀이 아들을 진지하게 쳐다보면서 입을 뗐다. "아빠 말을 잘 기억해 두렴. 진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사람들에게 다짜고짜 얘기해 줄 수는 없단다. 거짓에 익숙해진 사람들의 눈에는 진실이 의심스럽게 보이기 마련이거든."

- 생명이 육신을 떠난 뒤에, ... 영혼은 죗값을 치르고 오점을 정화시켜야 한단다.... 몇몇 영혼만이 넓은 엘리시움, 환희의 들판에 남게 되지. ... 나머지 영혼들은 그들이 순수함과 단순함을 회복할 때까지 잠시 이 들판에 머무르다 가게 되지.  네 앞에 보이는 저 영혼들은, 때가 되어 부름을 받으면 레테강으로 나와 줄을 선단다. 그때부터 환생이 시작되는거지. 망각의 강인 레테강에서 모든 고통스러운 기억을 잊고 나면, 죽은 자들의 영혼은 새로운 몸으로 새롭게 태어나기를 바라게 된단다.

- 학생들이 놀란 눈으로 그를 쳐다본다. 르네는 자신이 <눈뜨는 순간>이라고 명명한, 손눈썹이 치들리며 눈꺼풀이 벌어지는 이 순간을 아주 좋아한다. 눈꺼풀에 가려 보지 못했던 것을 보게 되는 지각의 순간. 이 단어는 매사냥에 쓸 독수리를 길들이기 위해 눈꺼풀을 꿰매 붙여 놨다가 다시 풀어주는 행위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 우리가 전생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아. 전생들이 현재의 삶을 <오염>시킬 수 있어서 그런 거야.

- 그 일은 나한테 악몽이었지만 어마어마한 깨달음이기도 했어. 인간의 정신이라는 것이 그토록 쉽게 외부의 힘에 휘둘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까. 우리 뇌를 장난감 찰흙처럼 마음대로 주물러 변형시키고 그 안에 거짓말을 주입하면 결국 그 거짓말을 진짜로 믿어 버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으니까.

- "당신 최면은 어쨌든 대단했어요. 내 머리에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기계가 숨어 있다는 걸 알게  해줬어요. 어떤 기술도 필요없이 오직 상상력의 힘으로만 작동하는 타임머신 말이죠"  " 난 그게  당신 상상력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랬다면 어떻게 그렇게 세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겠어요. 더군다나 시간을 거슬러 아무 곳이나 갔던 게 아니잖아요. 당신의 지난 전생들이 살았던 장소와 시대에만 갔다 올 수 있었어요. 안그래요?" 

- 쾌감은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경우에 따라서 그것은 고통의 중단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걸요. 고통이 강할수록 그것이 멎을 때의 쾌감은 크기 마련이니까요. 오래 불편함이 지속되고 난 뒤에 찾아오는 쾌감은 아무리 소박할지라도 희열의 순간을 선사하죠.

- 무의식의 복도는 무엇이든 상대화하고 정화하는 위력을 지녔어. 모든 것을 큰 그림 속에 다시 배치하고 말아. <나는 살인자야>라는 문장마저도 거기서는 심각성이 사라져. 그래 난 살인자가 맞아. 하지만 그게 내 전부는 아니야. 나는 제1차 세계 대전의 청년 병사이기도 하고, 환멸에 빠진 늙은 백작 부인이기도 하고, 희망에 부푼 갤리선 노잡이이기도 하니까. 나는 111번의 다른 생들이기도 하니까. 이제 깨닫게 됐어. 지금의 내가 나의 전부가 아니야. 나는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존재야. 앞으로 이 화두를 붙잡고 나아갈거야.

- 살아있는 한, 우리에게 닥치는 불행은 그저 삶의 항해에서 만나는 잔파도에 불과하다. 그게 없다면 얼마나 지루할까.

- 우리 뇌에서는 자는 동안 일종의 선별과정이 일어난다. 전날의 기억은 잊어야 하는 것과 기억해야 하는 것. 이렇게 둘로 나뉜다. 역설적이게도 망각현상, 즉 지난 껍데기를 버리는 것은 원활한 뇌의 작동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낮동안 벌어진 일을 전부 기억해야 한다면 우리 뇌는 금세 포화 상태가 될 것이다.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처리하느라 지치게 되면 생각을 하는 것도 새로운 기억을 생성하는 것도 불가능해질 것이다. 뇌의 선별과정에서 실수가 생겨 걸러지지 못했지만 무의식에서 저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기억의 파편들을 다시 끌어모으는 것이 꿈이 하는 역할이다.

- 영혼은 자동차를 새로 바꾸는 운전자와 비슷할지도 몰라. 몸을 바꿔 새로운 생을 사니까.

- 나는 살아있다. 고로 행동한다. 나머지는 부차적이다.

- 기억의 작동 원리에 대해 알고 계세요? 사람은 감정이 발생하는 것만 기억합니다. 그런데 당신 아버님께서는 전혀 감정을 느끼지 못하세요. 이분한테는 모든 게 그저 우중충한 회색으로 느껴질 뿐이죠. 다른 색은 없는 거예요. 한 마디로 이분의 정신은 모든 것이 똑같고 천편일률적인 세계를 유영하고 있어요. 그러니 모든 것에 무관심할 수 밖에요 .

- 날이 갈수록 역사는 정치적 이슈로 변질돼 가고 있어...... 공식적인 과거, 공식적인 진실을 만들어 당시 집권 세력을 철저히 정당화한 것은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였어. 그게 필연적인 다윈적 진화의 결과인 것처럼 말이지. 그런 과정에서 약자들은 지도에서 지워지고 강자들만이 살아남았어. 하지만 자연은 그런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아. 자연은 더할 뿐, 제거하지 않으니까. 인간만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해석을 내놓을 뿐이야.

- 우리는 여전히 태생적으로 공격적인 영장류에 머물러 있어. 우리 안에 내재된 동물성을 승화시키지 못했어. 그래서 영역 본능에 이끌리고, 소유욕에 사로잡혀 실제로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더 가지려고 갈망하면서 두려움 속에 살고 있지.

- 거짓을 듣는 데 익숙해진 세상에서는 사람들이 진실을 의심하게 마련이지. 하지만 끈질기게 설득하면 결국 스스로 생각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만들 수도 있을 거야. 나는 저 아이들이 생각에 게으른 사람이 되지 않게 스스로 생각해서 자기만의 의견을 갖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싶어.

-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가 누구인지 기억해 내기 위해서야.

- 하늘이 무너질 일은 없다. 위험의 원천은 바로 두려움이다. 우리한테 일어나는 일은 모두 우리의 행복을 위한 것이다. 이런 생각들이 자네 눈에 차분하고 평온해 보이는 아틀란티스인들의 삶의 철학이라는 걸 잊지 말게.

- 당신과 대화를 하다 보면 돈과 보상과 처벌이 전부인, 가지지 않은 것을 가지려는 욕망과 가진 것을 잃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삶의 동력으로 삼는 우리 시대의 낡고 즉자적인 사고 방식에 내가 길들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돼요.

- 현실을 견딜 만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작은 광기 몇 개를 내면에 간직하는 수밖에 없다.

-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을 통해서만 다른 사람들을 알게 되는 존재이며, 그 반대라고 하면 거짓말이다. 

- 애벌레한테는 끝인 것이 사실 나비한테는 시작이죠.

 

< 2 권 >

 

- "우리가 이미 결말이 정해진 영화 속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미예요?"   "우리가 소설 속 등장인물들과 같다는 의미예요. 매순간 우리는 우리의 자유 의지와 양심에 따라 선택하고 행동한다고 믿지만 실은........"    " ... 우리 위에 있는 작가가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행동을 결정하고 있다는 말이죠." 

- 난 내 운명을 찾아가겠어. 그게 내가 바랐던 거니까. 진정한 내 길을 찾는 것. 가능한 변화를 모두 시도하는 것. 타인의 시선과 판단에 개의치 않고 진짜 내 모습을 드러내는 것. 이제야 비로소 내 자리를 찾았어. 이렇게 행복할 수가 없어.

- 밧줄에 매달려 있던 아틀란티스인 몇 명이 마지막으로 갑판으로 올라오는 게 보인다. 이들은 수백 년 만에 처음으로 두려움과 불안감, 죽음의 공포를 한꺼번에 경험하고 있어. 이런 감정들이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사람의 목숨을 구해 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는 중일 거야. 스트레스는 이유없이 생긴 게 아니야. 그것은 살아남기 위한 도구지.

- 이렇게 바퀴는 돌고 또 도는 거야. 때로는 시간이 약이야. 시간이 가면 상황은 변하게 돼 있으니까. 밑에 있던 건 올라가고 위에 있던 건 내려오지.

- 또다시 소인들과 거인들 간에 충돌이 일어난다. " 저들은 왜 이토록 공격적인 걸까요? " 누트가 소리를 질러 게브에게 묻는다. "두려움이 두려움을 부르는 거죠. 내가 이해하기로 네에의 세계(현대) 사람들은 항상 불안에 떨며 살아요. 새로운 것에 무조건 두려움을 느끼죠. 그렇다 보니 상대가 자신을 공격할까 두려워 먼저 선수를 치는 거예요."

- "종교를 창시함으로써 당신들은 소인들에게 그들이 태어나기 전에 일어났던 모든 일에 대한 해석의 도구와 맥락을 제공할 뿐 아니라 그들이 죽고 난 뒤에 벌어질 일에 대한 전망도 제공하는 셈이에요." ... " 그들은 맞고 틀린 것에는 관심이 없어요! 그들이 바라는 건 오로지 자신들을 꿈꾸게 만드는 그럴듯한 시나리오예요. 그러니 최대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하고, 강렬한 이미지들을 동원해요. 가령 '태초에 빛이 있었느니라'....... "    " 그들이 과연 그런 얘기를 믿을까? " " 물론이예요. 그것 말고는 자신들의 존재를 설명할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요. 무지로 인한 공백을 메우는 것. 이것이 바로 종교의 위력이죠."

- 때로는 아주 사소한 것, 가령 어떤 직관이나 당신이 말하는 그 기시감 같은 게 죽느냐 사느냐를 결정하기도 하죠.

- 나는 우리의 영혼이 서로 다른 풍경과 서로 다른 상황을 모두 거쳐 온 데는 한 가지 이유가 있다고 믿어요. 새로운 감정을  경험하기 위해서죠......  우리 중 누군가는 편안한 삶을, 누군가는 고된 삶을 살았을 거예요. 우리 영혼이 그 모든 경험을 바랐기 때문이죠. 쇠붙이가 담금질을 통해 더 단단해지듯 그 모든 경험이 우리에게 필요했던 거예요.

- 행복 속에 너무 머무르기만 하다보니 발전의 동력을 상실했어요. 불안감도 두려움도 소명도 없이 살다보니 의식마저 잠들어 버렸죠. 우리가 이룬 정신의 위업들은 시간이 갈수록 희미해졌어요. 르네를 만나기 전까지는 우리 존재의 기록을 글로 남기겠다는 생각조차 못했죠. 아틀란티스 문명의 기억을 활자로 남겨 줄 역사가도 한 명 없는데, 우리가 지혜를 가진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 물론 욕망과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는 건 만족감을 주지만 그건 정신적 마비를 부르기도 하네. 자넨 소심하고 늘 불안과 두려움에 떨지만, 그래서 매사를 궁금해하고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거야. 그게 바로 자네 진화의 원동력이 되는 거고. 위험을 마다하지 않고 훌륭한 선택을 한 자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네. 자네가 '우리 영혼'의 마지막 대표자라는 사실을 여기 있는 우리 모두가 자랑스러워 한다는 걸 알아 두게. 

- 르네는 111명의 전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원형 경기장에 모인 영혼들에게서 만족의 진동이 느껴진다. 뜻밖의 만남으로 가슴이 부푼 그들은 운명의 여정을 계속하기 위해 문을 넘어 각자의 시공간으로 돌아간다. 주문 같은 한마디가 그들의 머릿속에 떠오른다. '나는 우연히 세상에 태어난 게 아니다.'

-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존재하고, 모든 현명한 결과에는 현명한 원인이 존재한다. 원인의 힘이 결과의 위대함을 결정한다.

- 모르는 사람에 대한 성급한 판단은 우위를 점하고 싶은 조바심에서 나오는 거야.

- "당신은 여전히 <의지와 무관하게> 마술처럼 모든 것이 이미 쓰여 있다고 믿어요? "

그녀가 커다란 초록색 눈으로 르네와 눈을 맞추며 말한다. "나는 우리의 선택과 무관하게 어떤 방향으로 향하는 삶의 흐름이 있다고 생각해요. 당신과 나는 만날 수밖에 없었고, 우리는 퇴행 최면을 할 수밖에 없었고, 우리는 다시 만날 수밖에 없었어요. 당신은 144명의 아틀란티스인들을 구할 수밖에 없었고, 우리는 이집트에 갈 수 밖에 없었어요." 

" 나는 모든 것이 미리 쓰여 있다고 믿지 않아요. 자유의지의 힘을 믿죠. 아직 113번 문 뒤에는 아무도 없어요. 그리고 어쩌면 이 순간에도 게브에게 예기치 못할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남아 있을지도 몰라요. 그걸 누가 알겠어요?"

- 두 아틀란티스인은 몸을 가눌 수도 없을 만큼 기력이 쇠해 있다....  (게브와 누트는) 등에 진 항아리를 납작한 바위에 내려 놓는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다 했어요. 언젠가 이걸 누가 읽을 날이 올까요.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그래도 가능성은 가능성이죠." ...... " 잘 살았어요, 응?" 그녀가 먼저 말문을 연다. "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최대한 누리면 삶이 수월해지죠."   "나는 삶의 매 순간을 즐겼어요."    " 나도요, 당신 덕분에." ......     "잘가요, 누트."    "우리 영혼의 여정을 알게 됐으니 난 다른 인사를 할게요.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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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그림처럼 내안에 또 다른 나들...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의 기억들.... 하지만 전생의 모든 내가 나의 동지이며 지금의 내가 잘 살 수 있도록 응원하고 있다. 이런 믿음은 최선을 다해 현재를 잘 살아야겠다는 엄청난 동기부여와 의미 그리고 힘을 준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문득 전생의 흔적들이 아닐까 하는 순간들을 꽤나 발견하긴 한다. 이제는 그럴 때마나 고개를 한 번 끄덕여주고 미소를 지으며 이해하다는 듯, 즐기며 살아가보고 싶어진다.  몇 가지의 나를 발견하고 기억해 낼 수 있을지.

작가의 화두처럼, 우리의 삶이 의지와 무관하게 또는 자유의지로 살아가는지 여전히 모호하지만,  자유의지로 선택한 최선의 매 순간의 모임이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내고 그 자연스런 흐름의 삶은 어찌보면 이미 정해져 있는 길로 온 것처럼, 의지와 무관하게 온 것 처럼 느껴지는 삶을....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