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자 사례 - 주거환경 개선사업 연계 ①
* 수급자 사례 - 주거환경 개선사업 연계 ①
보통 방문요양 사회복지사는 한달에 30명 전후의 어르신댁을 방문하여 관리한다. 이 세상 그 누구도 같은 사람이 없듯이 어르신 마다 개성이 강하시고 환경 또한 다양하다.
어느날 센터에 신규로 들어오신 수급자가 나의 담당이 되어 어르신댁을 방문하러 갔다. 사전에 어르신에 대한 기본 정보를 파악하여 수급자 파일과 서류를 꼼꼼히 챙기므로 어느 정도 어르신에 대한 상황 파악은 되어 있는 상태였다. 어르신을 돌봐드릴 요양사를 소개시켜 드리기 위해 만나서 같이 방문했다.
그런데, 주공아파트 현관문을 여는 순간,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덮쳤다. 냄새! 썩은 냄새와 오물 냄새가 뒤섞여 숨이 탁 막혔다. KF 94 마스크가 무색할 정도로 강렬하게 뚫고 들어왔다. 그리고 순식간에 쏴악 사라지는 바퀴 있는 벌레들! 집안 거실 바닥은 난잡한 신발 자국! 싱크대에는 오랫동안 방치된 그릇들. 꽉 닫친 베란다에는 망가진 물건들과 쓰레기들...
독거이신 어르신은 그나마 넓은 안방은 텅 비게 놔두고 현관문 옆 작은 방안에 칩거하고 계셨다. '어르신~' 하고 부르며 작은 방 문을 열자 갖혀있던 진짜 냄새가 순식간에 퍼져나왔다. 헉 소리가 났다. 좀전의 냄새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강했다. 방안은 찌든 때가 가득한 옷가지와 이불, 말라 비틀어진 음식 찌거기들, 오물자국 등등이 발디딜 틈이 없이 흩어져 있었다. 어르신은 그 속에서 당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벽에 기댄채 누운듯 앉은 듯 구부정하게 불편해 보이는 자세로 계셨다. 외부인 기피, 반감이 매우 강하신 어르신은 우리가 들어가자마자 웅얼거리는 발음으로 나가라며 소리치셨다.
멀리 사시는 보호자, 따님은 식사만이라도 챙겨 드리라는 요구사항으로 돌봄을 요청하셨다. 그전에도 방문요양을 받은 적이 있으셨으나, 거부 반응이 너무 심해 한동안 거의 방치상태로 계시다가 우리 센터로 오시게 된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식사라도 챙겨드려야 했다. 인근 복지관에서 제공해주는 도시락을 들고 접근했다. "어르신, 식사 가지고 왔어요. 드세요~" 그러자 잠시 쳐다보신다. 얼른 식사를 챙겨드렸다. 식사를 받자 바로 또 나가라고 큰 소리를 치신다. 일단 나왔다. 옆집에서 이웃 분들이 한분 한분 지나가시며 현관문을 닫으라고 하신다. 냄새가 이웃까지 퍼져 민원이 들어올 판이다.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대책을 찾아야 했다.
주민센터에 문의해보니, 이미 어르신에 대해 알고 계셨다. 수차례 민원이 들어왔고, 주민센터에서도 몇차례 접근해보았으나 어르신의 거부반응이 너무 심해 엄두를 못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해주었다.
무더위로 집안은 푹푹 찌고 냄새는 더욱 진동하며, 무엇보다 어르신 건강 상태가 우려되어 더이상 방치할 수가 없다. 보호자, 주민센터와 연계하여 주거환경 개선사업을 진행해 보기로 했다.